“건설사 자구책 우선 후 정부 지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중장기 정책 필요” 전문가 의견 갈려

정부의 1‧3 대책 이후 서울-지방 간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정부의 1‧3 대책 이후 서울-지방 간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 단행된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자 정부는 올해 초 1‧3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에 나섰다.

1‧3 대책 이후 서울의 부동산 경기는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는 일반 분양 완판에 성공하는 등 규제완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에 반해 지방의 경우 더딘 회복세, 미분양 증가, 지역 중견급 건설사 부도 증가 등으로 위기설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구책을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일각에서는 지방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중장기적 정책이 시행돼야만 서울-지방 간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고 봤다.

◇ 서울-지방 부동산 시장 양극화 심각… 대구시, 정부에 미분양 대책 마련 요청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43으로 전달 대비 0.81% 오르면서 7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서울은 작년 7월 실거래가지수가 전달에 비해 4.21% 떨어진 뒤 같은 해 12월까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올해 1월 지방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05.8로 작년 12월에 비해 1.0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지난해 5월 이후 내림세를 유지하면서 부동산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 신고된 아파트 거래가격을 기반으로 기준시점인 2006년 1월을 지수 100으로 한 뒤 해당 연월의 가격변화를 상대가격으로 표시한 지수다.

예를 들어 2022년 7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130이라면 2006년 1월에 비해 실거래가격이 30%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도 서울과 지방간 부동산 시장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달 첫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 -0.19%에 비해 0.03%p 확대된 -0.22%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지방도 -0.18%에서 -0.20%로 하락 변동폭이 커졌고 5대 광역시(-9.26%→-0.28%) 8개도(-0.12%→-0.15%) 등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유일하게 서울은 전주와 동일한 -0.13%의 변동률을 유지하면서 하락폭이 벌어지지 않았다.    

청약시장 또한 서울과 지방 간 괴리감은 컸다. 지난달 17일 기준 서울은 3개 단지, 393가구(특별공급 제외) 공급에 2만2,401명(1‧2순위 포함)이 몰리면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 57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6.1대 1로 집계됐고 경기(1.1대 1), 인천(1.5대 1), 충북(5.8대 1), 광주(7.5대 1) 등은 한자릿수의 경쟁률을 보였다. 

여기에 지난달 말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 7만5,438호 중 83.4% 속하는 6만2,897호가 지방 미분양주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문닫고 있는 지방 소재 건설사도 점점 느는 추세다. 시공능력평가 202위인 우석건설(충남 지역 6위)과 388위인 동원건설산업(경남 지역 18위)이 지난해 하반기 부도처리됐고 지난 3월에는 범현대가 중견 건설사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가장 최근인 이달 초에는 경기 소재 건설사 대창기업(시공능력평가 100위)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4일 전국 미분양 1위인 대구시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각 기관에 미분양주택 증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현황 /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현황 / 한국부동산원

◇ 김인만 소장 “건설사 자구노력 선행 이후 정부 세제지원 나서야”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서울이 우리나라의 중심 요충지에 해당한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지방과의 부동산 격차를 해소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미분양 증가 등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계속 악화된다면 정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 전제조건은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며 “이후 각 지자체는 취득세 감면 등 지방세 지원을, 정부는 양도세 5년 감면(지방 미분양 한정) 등 국세 분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소장은 “특히 향후 지방 미분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또 “정부는 지금부터 미리 지방 미분양 증가에 준비해야 이 과정에서 세제지원 외에 딱히 동원할 대책이 없다”며 “이외에 정부의 미분양주택 매입이 있지만 이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고 미분양주택 전부를 소진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이 악화되면 정부는 미분양주택을 사들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송승현 대표 “강도 높은 건설사 자구책 없이는 정책 효과 없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서울과 지방 간 격차 해소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서울‧수도권은 규제지역 지정 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가격 통제를 받아 타 지역 대비 저렴하게 집을 지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 반해 지방은 가격 통제를 받지 않았다”며 “결국 사업 진행 과정에서 토지 매입비용 등이 크게 올라 집값이 비싸졌고 여기에다 사업주가 부동산 호황기가 영원히 갈 것이라 생각하고 무분별하게 공급했다. 이런 이유로 세제지원 등 규제완화를 한다 해도 시장에서는 높은 집값을 받아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대표는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아직 집값이 아직도 높다는 의견이 대세로 나타났다”며 “정부 지원보다는 원희룡 장관 말처럼 분양가격 할인 등 건설사의 자구책부터 시행되야 한다”고 촉구했다.

뒤이어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너무 과한 지원에 나서면 시장 인식은 해당 지역이 가격 하락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겨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면서 “건설사들의 강도높은 자구책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지원이 펼쳐져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햇다. 

올해 1월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들의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뉴시스
올해 1월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들의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뉴시스

◇ 함영진 빅데이터랩장 “세금 감면해준다고 지방 수요 안 늘어… 일자리 등 중장기 대책 필요”

정부의 세제지원 등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지방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성‧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방의 시장 상황은 수요와 공급적인 측면에서 물량 조절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인위적인 정책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가장 큰 문제는 지방이 공급 과잉 상태라는 것인데 현재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부산은 내년까지도 많은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악화된 지방 시장 상황을 개선하려면 재고량 대비 거래 회전율이 중요한데 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수요”라며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육‧문화 등 인프라 △소득 창출 가능한 좋은 일자리 △교통·환경 등 좋은 입지조건으로 단순히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서 지방에 사람이 몰리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과 지방 간 시장 양극화는 부동산 측면의 해법만 가지고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교육·산업·일자리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균형 정책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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