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일동제약, 미래먹거리 확보 위해 영업손실 감내

제일약품이 지난해 적자를 감내하면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 눈길을 끈다. / 제일약품
제일약품이 지난해 적자를 감내하면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 눈길을 끈다. / 제일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약업계가 지난해 대부분 호실적을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단, 제일약품과 일동제약은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제일약품과 일동제약의 적자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양사의 적자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점이 연구개발(R&D) 투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약품과 일동제약은 적자 실적에도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를 늘린 점이 눈길을 끈다.

◇ 달라진 제일약품… 성석제 대표, 수익구조 재편 위해 총력

제일약품은 국내 제약사들 중 매출 규모 상위 10위권을 꾸준히 기록 중이다. 지난해도 △매출 7,222억원 △영업손실 135억원 △당기순손실 150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해 업계 매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제일약품의 외형성장을 견인한 주인공은 성석제 대표이사(사장)다. 성 대표는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7연임에 성공했다. 

성 대표는 한국화이자제약에서 한국인 최초로 부사장을 지낸 데 힘입어 2005년 제일약품 대표에 올랐다. 제일약품은 성 대표의 경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화이자제약을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국내에 들여오며 매출을 2004년 2,211억원에서 2022년 7,222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상품 비중이 높다는 점이 항상 지적되며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제일약품은 전체 매출 가운데 자체 개발 약품(제품)보다 타사 제약사의 제품을 떼다가 되파는 상품 비중이 80%에 육박해 그간 ‘도매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지난해도 매출 대비 상품 비중이 78.88%를 기록했다.

제약사의 매출 가운데 상품 비중이 높은 경우, 제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상품을 공급받는 제약사와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매출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안정적인 성장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제일약품은 최근 3년간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리며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49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대비 6.78%다. 전년과 비교하더라도 연구개발비 규모가 25.61% 늘어났으며,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규모도 5.57% 대비 1.21%p(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앞서 제일약품은 2016년부터 신약 및 원료의약품 등 연구개발 결과물을 하나씩 도출해내면서 지난해까지 7년간 11개의 원료의약품과 3개의 개량 신약, 2개의 제네릭(복제약), 그리고 의료기기 1개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제일약품은 현재 7개의 신약과제와 4개의 합성원료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제일약품 측은 “지속적인 파이프라인 확보와 신약개발을 위해 매년 제품매출액 대비 15% 내외를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이 제약업계 중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 1위를 기록했다. / 일동제약
일동제약이 제약업계 중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 1위를 기록했다. / 일동제약

◇ 일동제약, ‘매출 대비 R&D 투자’도 업계 1위

일동제약은 지난해 7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주요 제약업계의 실적 중 가장 큰 손실이다. 다만 일동제약의 영업손실은 미래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 부문 투자 확대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6,377억원 △영업손실 735억원 △당기순손실 1,422억원 등을 기록했다. 동기간 연구개발비로는 1,251억원을 지출했다. 매출 대비 19.61%에 달하는 금액이며, 이는 업계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 신약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도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가 각각 13.12%, 15.67%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하다. 단순히 연구개발비만 놓고 보더라도 녹십자·대웅제약·종근당·유한양행·한미약품에 이어 여섯 번째다.

사실상 연구개발비를 줄였다면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손실을 감내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일동제약은 미래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2018년 547억원(10.9%) △2019년 574억원(11.1%) △2020년 786억원(14.0%) △2021년 1,082억원(19.3%) △2022년 1,251억원(19.61%)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또한 지난 2021년에 이어 2022년까지 2년간 전체 매출의 20% 수준에 달하는 비용을 연이어 투자한 점은 일동제약이 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동제약은 현재 안질환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 간질환(NASH) 및 간섬유화·간경변 치료제, 파킨슨질환 치료제, 여성질염 치료제 등 10종의 신약 개발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그 외에 간질환 치료제 글로벌 임상, 그리고 당뇨 치료제와 안질환 치료제 등의 임상을 고루 진행하게 되면서 연구개발비 지출이 커졌다.

일동제약은 지난 2021년 11월 일본 시오노기제약의 경구용 코로나19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조코바, 국내 신청명 엔시트렐비르)’의 공동개발에 착수한 후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또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출현 등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사전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는 “지난해 ETC(전문의약품) 및 CHC(컨슈머헬스케어) 사업에서 주요 품목과 브랜드들의 선전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올해는 합리적인 자원 분배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익성 증대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우리는 R&D(연구개발) 전문회사로서 위상을 드높였다”며 “국내 임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신약허가 절차에 들어간 코로나19치료제 ‘엔시트렐비르’를 비롯해 2형 당뇨병치료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치료제 등 유망 과제들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없이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지속과 함께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년간 일동제약은 △B형간염치료제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과민성방광 치료제 △발기부전 및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치질 좌제·연고 △비타민제(엑세라민프로·아로나민 시리즈) 등 30종의 신약 및 제네릭, 일반의약품 개발을 완료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제일약품·일동제약 2022년 사업보고서
2023. 04. 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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