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1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전경. /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 2회 연속 기준금리 3.5%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1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회의 의결문를 통해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세계 경제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로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해 7월 6.3%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4.2%를 기록,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다만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지난달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라 전월(4.8%)과 동일한 상승률을 보이는 등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중엔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더딘 둔화 흐름을 고려할 때 지난 전망치(올해 중 3.0%)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지난해 4분기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수출이 IT 경기부진 심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해 4월부터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상랠리를 멈췄다. 물가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통위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이뤄지면서 금융권에선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편 이번 기준금리 동결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역대 최대폭인 1.5%p(퍼센트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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