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뉴시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 때문에 후폭풍을 겪고 있다. 산적한 현안 해결도 버거운 상황에서 실언을 수습해야 하는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당사자들은 물론 당내에서도 논란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연이어 터지는 실언에 피로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언 논란의 중심에 섰던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태 최고위원의 이날 최고위 불참은 일종의 ‘자숙’으로 풀이된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떴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통일정부 수립’ 노력과 관련해 ‘김일성의 전략에 이용당한 것’이란 취지로 대답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제는 그의 실언이 이번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사건을 ‘김일성의 지시’라고 규정했던 그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쓰레기(Junk)·돈(Money)·성(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는 했지만, 다시금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5‧18 정신 헌법조문 수록 불가’, ‘제주 4‧3사건 격하’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4월 한 달간 공개 활동 중단을 선언한 뒤 그는 연신 ‘사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이날은 제주에서 4‧3사건 유가족을 만났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김 최고위원의 사과에 ‘진정성’을 지적하며 냉랭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한 사과라면 ‘당의 공식 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실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 당 소속 의원들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겼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자들의 차비,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전날(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300만원 때문에 당 대표 후보 지지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 “50만원은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며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 당내 인사들 ‘실언’ 수습 바쁜 여야

이같은 실언에 한숨을 내쉬는 사람은 소속 의원들이다. 양당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이탈 등의 문제로 골치가 아픈 상황에서 이러한 실언이 여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에선 해당 발언을 수습하기에도 바쁘다.

이날 태영호 최고위원과 면담을 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불참은) 본인 의사”라면서도 “국민들의 기본 입장이나 이런 것들을 늘 깊이 생각해서 입장을 가지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도 소속 인사들의 실언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촉발된 당의 ‘도덕성 리스크’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역력하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심각성과 엄중함, 이런 것에 비춰 봐서 너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내 인사들의 변명, 실언도 자제해야 한다”며 “푼돈, 밥값 등 해명하려 하면 그 ‘푼돈’은 정당 민주주의와 맞바꾼 대가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각 당이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막말 논란이 새어 나오는 동안에도 지도부가 사태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당내 비판을 받아왔다. 당 윤리위원장 인선을 완료하며 징계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징계 수위에 대해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더해 해당 인사들에 대한 자진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목소리도 나오면서 징계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실언의 근본 원인인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점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비판도 거세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도 점입가경이다. 서로 상대 당의 막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상대당 흠집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상습적 막말에 대한민국이, 우리의 눈과 귀가 더럽혀졌다”며 “지금 당장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준법정신’이 마비됐다고 쏘아붙였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맞는지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자정능력이 없어진 공당이라면 국민들을 위해 해산이 답”이라고 말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국회의원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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