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 앞에 만만치 않는 국내 현안들이 놓여 있다. 특히 대통령의 국빈방미 중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이 주목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항의의 뜻으로 표결에 불참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주도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권이 강행 처리한 간호법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간호사,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현재 간호법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연대 총파업을 예고해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총파업을 이끌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4일로 예정했던 부분 파업(진료시간 단축 또는 연가투쟁)을 하루 앞당겨 3일에 돌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대통령실, ‘거부권 행사’ 할까 

윤 대통령은 오는 2일 국무회의에서 입법 현안과 부처별 정책 현황을 점검하고, 방미 성과를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은 오는 4일 정부로 이송될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내 공포를 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1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실은 △과도한 재정 부담 등 국익에 배치되는 법안 △이해관계 상충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는 법안 △여야 합의가 아닌 일방 처리로 통과한 법안 등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이에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정부는 간호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간호법 입장을 묻는 질문에 “찬반보다는 지금 이렇게 갈등과 혼란이 있는 상황에서 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간호법도 (여당) 본인들의 공약이고, 의료법은 의사와 다른 전문직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똑같이 하자고 얘기(하고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면) 굉장히 독특한 분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간단하게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부·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 간호법은 양곡관리법과 달리 직역 단체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다. 의사단체는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 허용 부분에 대해 반발하고 있고, 간호조무사 단체는 학력을 ‘고졸’로 상한을 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 대통령에게 ‘독선’, ‘국회 무시’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넘기더라도 민주당이 예고한 방송법 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일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국회에서 합의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원칙에 대해 “일반적인 원칙이다. 일반성과 특수성이 있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원칙 하에서 검토는 시작하지만 각각의 법안에 대한 고려는 한다. 관련 부처와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숙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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