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홍준표 대구시장의 ‘골프 논란’을 정조준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러한 당의 조치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당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진상조사’ 요구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과 홍 시장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18일 홍 시장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지시로 진행됐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이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며 “진상조사를 파악한 후 그에 대한 후속 조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대구 팔공산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기간이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적인 피해가 극심했던 시기라는 점이다. 특히 경북 지역에서 비로 인해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의 인근 지자체의 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와 관련해 “트집 잡지 말라”고 반박했다. 전날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 연내 제정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홍 시장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주말엔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의 수해 대비는 철저히 진행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도 말했다. 그는 “괜히 쓸데없는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 떼처럼 덤빈다고 내가 기죽고 할 사람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홍 시장의 태도는 오히려 당 안팎의 비난 여론만 더욱 부추긴 꼴이 됐다. 사전 약속된 자리인 만큼 나갈 순 있다고 하지만, 이후의 대응이 과연 적절하냐는 물음에 부딪히면서다. ‘사과’로 끝날 사안을 오히려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미리 예상하지 못해서 송구스럽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해서 국민들 마음에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정치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여당 내에서도 거센 비판

이를 바라보는 여당 내부의 반응도 심상찮다. 홍 시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대해 ‘스타일’이라고 이해해온 측면이 있었지만, 국민의 직접적 피해로 이어진 수해 상황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용인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홍 시장이 국민 정서와 안 맞는 말씀을 했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도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직자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함은 물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나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시가 ‘비상근무’에 돌입한 시간에 홍 시장이 골프를 치러갔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시장은 비상근무를 자신이 지시한 적이 없을뿐더러, ‘2단계 비상근무’까지는 부단체장의 소관이라고 자신의 책임에 선을 그었다. 이에 당은 홍 시장이 골프를 치러 간 시점과 비상근무 2단계 발령시기 등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경우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해 피해에 당력을 집중한 국민의힘은 소속 인사들의 ‘구설’을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소속 의원은 물론이고 당협위원장, 지자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다만 홍 시장은 이러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에 “국민 정서법에 기댄 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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