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충남 청양군 지천 제방 복구현장을 찾아 수해 피해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뉴시스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충남 청양군 지천 제방 복구현장을 찾아 수해 피해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이 중대한 법 위반행위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즉각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했다. 동시에 무리하게 탄핵 소추를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세의 날을 세웠다. 탄핵 기각 ‘역풍’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민주당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이 장관의 탄핵소추사건과 관련해 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을 결정했다. 지난 2월 8일 민주당 주도하에 국회에서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지 167일 만이다. 민주당은 국민 보호라는 헌법적 의무와 주무장관으로서 법률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헌재는 이태원 참사가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총체적 원인’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봤다. 따라서 그 책임을 이 장관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공무원법을 위반하거나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헌재는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이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국민의힘은 반색했다. 통상적으로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던 상황과는 달리 9명의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결정이라는 점은 국민의힘의 기세를 높이는 결과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탄핵 소추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게 입증됐다고 해석했다. 이를 고리로 민주당을 향한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거대 야당이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악행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민 피해를 가중시키는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 “참담한 심정”… 민주당 반발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기각 결정이 민주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 건도 당시에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긴 하지만 명백히 중대한 법 위반 사항이 아니었다”며 “그래서 오히려 탄핵을 추진한 쪽이 역풍을 맞았다”고 했다. 하 의원은 “행정부 특히 중요한 재난의 핵심 부처를 공백 상태로 빠뜨린 거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당연히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최근 전국적 수해 상황에서 이 장관의 ‘공백’으로 인해 재난 대응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민주당에게로 돌렸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반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콘트롤 타워를 해체시키고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민 재난 안전을 위한 책임 부서의 업무가 사실상 6개월간 정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오롯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번 기각 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안타깝다”며 이 장관의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묻겠다는 심산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부여 수해 복구 봉사활동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헌재 결정문에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사라졌다”며 “정부의 재난 대응 실패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됐다”고 했다.

야권은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상민행정안전부장관 탄핵심판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10‧29 참사 특별법’ 제정으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헌재 결정은 이 장관의 대처가 품위손상 부분은 있을지라도 법 위반은 없다고 판결한 것”이라며 “특별법을 추지하는 거 자체가 모순적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복귀 첫 업무로 충남 청양군 일대를 방문, 수해 피해 현장 복구 상황 점검에 나섰다. 이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더 이상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호우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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