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지난 25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일제히 야당을 향해 ‘준엄한 심판’을 외쳤다. 사진은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로 출국하는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지난 25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일제히 야당을 향해 ‘준엄한 심판’을 외쳤다. 사진은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로 출국하는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지난 25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일제히 야당을 향해 ‘준엄한 심판’을 외쳤다. 여권이 ‘야당심판론’을 활용해 내년 총선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야당심판론’과 ‘정권심판론’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대통령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이상민 장관 탄핵 소추는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며 “이러한 반헌법적 행태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을 강조한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기각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보셨듯이 민주당은 정쟁을 위해서, 선거를 위해서라면 참사까지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오늘 헌재의 탄핵 기각 전원일치에 대해 국민께서 민주당을 엄중히 심판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총선 겨냥한 ‘야당심판론’

대통령실과 여당이 동시에 민주당을 향해 ‘심판’을 언급했다.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 ‘엄중히 심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는 발언은 모두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가 정당을 심판하는 수단은 선거이고, 가장 가까운 전국단위 선거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은 ‘국민들께서 준엄하게 심판해 달라’는 요청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전략을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최근 수해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이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며 ‘역량이 되지 않는’ 환경부에 물 관리를 맡긴 전임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각종 보조금 특혜로 (예산이 모자라) 하천 정비를 못하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야당 책임론’을 들고 나와 총선에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3년차에 치러진다. 5년 임기를 보내야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번 총선이 ‘중간평가’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보통 이같은 선거는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하다. 정권의 공과(功過)를 평가해 표심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단골처럼 등장하는 것이 ‘정권심판론’이다. 

즉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등장할 ‘정권심판론’에 맞서기 위해 ‘야당심판론’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걸고 이겨내야 하는 선거이므로, ‘정권심판론’이 언급되는 것은 선거 전략상 치명적이다. 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발목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도 ‘야당심판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심판론’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기대하는 만큼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조사해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33%다. 부정평가는 58%다. 직전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32%, 부정평가는 57%였다. 여당이 윤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세워 총선을 치르기엔 국정지지도가 낮은 편이다.

거기다 이미 집권 3년차에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이라 해도, 눈길이 가는 쪽은 여당이라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권의 ‘민주당 탓’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사람들의 피로도가 높다”며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야당심판론’이 제대로 먹힐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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