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남 거제 고현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남 거제 고현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부터 취임 두 번째 여름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무량판 구조 아파트 부실시공, 흉기 난동 사건 등 국민적 우려가 큰 이슈를 직접 챙겼다. 7일간 휴가를 갔음에도 당면 현안에 대한 지시를 계속 내렸던 것이다. 

◇ 휴가 동안 잼버리 대응에 총력

윤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6박 7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그러나 휴가 첫날인 2일에는 무량판 아파트 부실시공과 관련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관련 수석비서관들과 유선으로 회의를 한 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개영식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은 진해 해군기지로 이동해 1박을 했다. 이틀째인 3일엔 진해 해군기지를 둘러보고 장병을 격려한 후 대통령 별장이 있는 경남 거제 저도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황은 윤 대통령을 편히 쉬도록 두지 않았다.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대원 중에서 온열 질환자들이 속출했으며, 대회를 원활하게 진행할 정도의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냉방 대형버스와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고,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대회 지원 예비비 69억원 지출안을 재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지 13일만인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테러가 발생하자 윤 대통령은 4일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같은날 윤 대통령은 경남 거제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고현종합시장을 방문해 전어와 농어, 도다리 등 횟감 수산물을 주로 구매했다고 한다. 내수 진작을 위한 메시지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며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며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휴가는 ‘대국민 메시지?’

주말인 5일과 6일에도 윤 대통령은 바쁘게 지시를 내렸다. 5일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장관에게 유선으로 잼버리 대회 캠핑장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광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6일에도 한 총리와 이 장관으로부터 잼버리 대회 현장 상황을 보고받았고,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6일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에 따라 잼버리 대회 ‘컨틴전시(contingency) 플랜’(긴급 대체 계획) 논의에 착수했다고 한다. 태풍의 진로가 바뀐다는 예보에 잼버리 영지와 프로그램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윤 대통령은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이동을 검토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7일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이 장관으로부터 태풍 대비 잼버리 컨틴전시 플랜을 보고받고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로 복귀, 대면으로 보고를 받았다. 같은날 저녁 윤 대통령은 잼버리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컨틴전시 플랜을 차질없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와 남은 일정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뤄지게 됐다. 

휴가 마지막날인 8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잼버리 대회 상황을 보고받고 국방혁신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하는 등 사실상 업무에 복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한분 한분이 대한민국 홍보 대사라는 마음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휴가 중 주요 현안 가운데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은 지시를 내린 분야는 세계 잼버리 대회였다.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실은 총 6번의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실이 총력을 기울이면서 잼버리 대회는 행사 중단 위기를 넘겼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휴가는 공무원들의 휴가 독려와 내수 진작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대통령이 휴가를 쓰지 않으면 참모부터 일선 공무원들까지 여름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며, 내수 경제도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더라도, 당면 현안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처럼 말이다. 앞서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휴가는 공무원 휴가 독려와 내수 진작 차원이라고 밝힌 것처럼, 윤 대통령의 ‘7일간의 휴가’는 실질적인 휴식보다는 대국민 메시지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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