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일성신약은 지난달 31일 대표이사가 변경됐다고 공시했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스피 상장 제약사 일성신약은 지난달 31일 ‘대표이사 변경’을 공시했습니다. 그동안 부친인 윤석근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해왔던 윤종욱 대표가 물러난 겁니다. 이에 대해 일성신약 측은 윤종욱 대표가 사임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일성신약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짚어보면, 무척 예사롭지 않은 변화입니다.

일성신약의 대표이사 변경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윤종욱 전 대표는 윤석근 회장의 차남입니다. 형 윤종호 상무보다 4년 늦게 입사했음에도 2017년 나란히 등기임원으로 선임됐고, 2019년 1월엔 대표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3세 후계구도에서 형보다 앞선 모습이었죠.

그런데 그가 대표 자리에 오른 2019년을 기점으로 일성신약의 실적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616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9년 484억원으로 20% 이상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죠. 이후에도 △2020년 매출액 406억원, 영업손실 19억원 △2021년 매출액 420억원, 영업손실 17억원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기까지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612억원으로 회복되고 영업손익도 흑자전환하며 실적 부진을 털어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7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57억원의 상당한 영업손실도 기록 중입니다. 전반적으로 명보단 암이 큰 실적 흐름이죠. 이에 일각에서는 윤종욱 전 대표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눈길을 끄는 건 형 윤종호 상무의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2017년 윤종욱 전 대표와 함께 등기임원에 선임됐다가 2020년 임기만료로 물러났던 윤종호 상무는 2021년 재차 등기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이어 최근엔 승진을 한 정황도 포착됩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까지만 해도 ‘이사’로 명시돼있던 직위가 올해 들어 상무이사로 변경된 겁니다.

즉, 3세 후계구도에서 앞서가던 차남은 주춤한 모습인 반면 다소 밀려있던 장남은 입지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죠.

일성신약의 대표이사 변경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윤석근 회장은 올해 들어 보유 지분을 눈에 띄게 늘리는 한편,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를 취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8.44%였던 개인 지분은 지난 2월 장내매수를 통해 15.59%까지 늘었고,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소위 ‘황금낙하산’ 제도를 정관에 신설했죠. ‘대표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해 실직하거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금 150억원을 퇴직 후 7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윤석근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별다른 경영권 분쟁이나 공격이 없는 가운데 나타났는데요. 다만, 이와 관련한 배경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윤석근 회장에겐 24살이나 어린 이복동생 윤형진 전 상무가 있습니다. 지난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기점으로 임원 명단에서 사라진 윤형진 전 상무는 일성신약 지분을 8.03% 보유 중입니다. 지분을 늘리기 전 윤석근 회장의 지분과 큰 차이가 없었죠. 이로 인해 일성신약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3세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있던 윤종욱 전 대표의 사임은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여러 변수를 안고 있던 일성신약의 경영권 및 승계 관련 사안에 급작스럽고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죠.

안갯속에 빠진 일성신약의 3세 승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일성신약 ‘대표이사 변경’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831800615
2023. 8. 3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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