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투쟁천막에서 항의 성명을 읽고 있다. / 뉴시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투쟁천막에서 항의 성명을 읽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쓰레기’ 발언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발언에 분노한 태 의원은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이러한 태 의원의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태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박영순 의원에 대한 합당한 징계 조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개인적으로 저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첫 번째는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수차례 들었고, 대한민국에 와서 지난 대정부 질의 때 두 번째로 들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탈북민 출신인 태 의원에게는 해당 발언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북한에서) 쓰레기라 하면 ‘너는 이미 이 세상에 없어져야 할 존재다’ 이런 표현”이라며 “말하자면 처형, 정치범 수용소 이런 걸로 하기 때문에 북한에선 인간이 전율을 받게 하는 이런 표현”이라고 했다.

‘쓰레기’ 발언 논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불거졌다. 태 의원은 민주당이 7년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본회의장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빨갱이’, ‘부역자’ 등 비난이 쏟아졌다. 그 와중에 ‘북한서 쓰레기가 왔다’는 박영순 의원의 발언도 포함됐다.

태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본회의장에서 들은 말이라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루 뒤인 지난 7일에는 단식 농성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저지에 만남은 짧게 끝이 났다. 태 의원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그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요구에 재방문하는 일은 없었지만, 이미 민주당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한 상태가 됐다.

민주당은 ‘무뢰배’라며 태 의원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단식 농성 중인 이 대표를 위로하기는 커녕 무작정 찾아오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냐는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항의도 정도가 있다”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이를 “행패”라고 표현하며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고 했다. 

◇ 태영호 불만에 ‘정치적’ 딱지 붙인 민주당

더욱이 민주당은 태 의원의 이러한 행동이 ‘정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 ‘더 라이브’ 인터뷰에서 “(태 의원이) 원래 저런 분이 아닌데 대정부 질문할 때 아예 도발을 했다”고 했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태 의원의 행동은 어떻게든 어그로를 끌어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얄팍한 꼼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태 의원의 사과 요구 등에 더 이상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이 비단 태 의원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탈북민에 대한 민주당의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거서부터 탈북민 비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왔다고 지적하면서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태 의원을 향해 ‘변절자’라고 지칭한 것, 임수경 전 의원이 지난 2012년 한 탈북 대학생에게 같은 말을 한 것 등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탈북자 혐오는 절대 고쳐지지 않는 불치병”이라고 비꼬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서) 태 의원의 질의는 탈북민을 비롯한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 노력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며 “민주당이 누구보다 확고한 자유주의 신념을 가진 태 의원에게 빨갱이라는 말을 던졌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이런 말로 인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북한 출신 주민들이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제소에도 나섰다. 장동혁 원내대변인과 정경희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를 찾아 ‘탄핵 발언’을 한 설훈 민주당 의원과 함께 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북에서 온 쓰레기’라고 했다는 것은 태 의원 개인에 대한 막말뿐 아니라 탈북자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엄격한 징계를 요구하는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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