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북송금 의혹' 관련 6차 검찰 소환조사에 출석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설치된 단식 천막에 '검찰 출석' 문구가 부착돼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북송금 의혹' 관련 6차 검찰 소환조사에 출석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설치된 단식 천막에 '검찰 출석' 문구가 부착돼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이 13일째 접어들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이 명분 없다’는 이유로 만남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이 상황은 여야 간 또 다른 갈등 상황을 양산하고 있다. 단식을 계기로 여야 대표가 얼굴을 마주하던 과거의 모습은 실종되고 여야의 관계만 극단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12일 정치권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의 만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무소속 의원으로 신당을 창당한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는 이날 김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같은 목소리를 냈다. 양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충돌하려 한다”며 “김 대표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간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이 대표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로 만나고 공개토론을 하자고 여러 차례 제언을 했다”며 “그런데 비공개로 만나자는 것에 대해서 아직 답변이 없어서 만남이 안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할 것인지는 근본적 고민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정권의 퇴행과 폭주 그리고 민생‧국정 포기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국민의) 고통‧절망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민생 파괴 및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 천명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단행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 시작부터 못마땅한 기류를 드러냈다.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활용해 온 무기한 단식 투쟁을 거대 야당 대표가 모호한 명분으로 시작한 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본인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단식이 아니냐는 지적도 새어 나왔다. 지난 9일 이 대표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조사 중단을 요청한 것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 외면하는 여당에 민주당은 불만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만나는 일에도 거리를 둬 왔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 방문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식하고 계신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인간적인 부분은 별론으로 하고 명분이 없는 단식”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찾아볼 일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러한 여당의 태도에 민주당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과거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에 의례적으로라도 손을 내밀던 여당의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투쟁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방문했던 사실이 있다.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제가 보기엔 좀 비정한 정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당의 외면 속에 여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검찰이 이날 이 대표를 재소환 통보한 것부터 대표적 지점이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 대표를 단식 중에 소환한 것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인데 또다시 추가 소환했다”며 “윤석열 정치검사의 사법 만행”이라고 쏘아붙였다. 

단식 농성장을 ‘항의 방문’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논란도 진행중이다. 민주당이 태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당 대표 심기 경호용 징계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단식쇼장이 마치 신성불가침 구역이라도 되는 듯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힐난했다.

이 대표의 단식을 기점으로 여야의 대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여야의 교착상태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여당으로선 이 대표를) 만나서 그다음에 어떻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법 절차와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가고 다음 총선도 연관돼 있다 보니 섣불리 만날 수 없는 곤란한 처지에서 방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출구전략을 찾지 않는 한 더 곤혹스러운 상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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