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을 기점으로 '단식쇼', '쓰레기' 등 도 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추도사를 듣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여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을 기점으로 '단식쇼', '쓰레기' 등 도 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추도사를 듣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을 기점으로 여야가 도 넘은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을 비판‧조롱하는 발언이 이어졌고, 민주당에서도 ‘쓰레기’, ‘탄핵’ 등의 단어가 나왔다. 이러한 이유에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화가 실종돼 비난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여야의 ‘진흙탕’ 싸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극한 대치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도를 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무대는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과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본회의장이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부산 ‘금융경쟁력 제고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하러 갈 생각이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단식 쇼’, ‘웰빙 단식’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식) 출구전략을 드린다”며 “고등어와 전복을 드시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이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적 상대의 단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예의는 없고 거친 언사로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이 책임 있는 집권당의 윤리 의식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을 향한 비방에 나섰다. 지난 6일 대정부질문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공산주의‧전체주의에 맹종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빨갱이’, ‘부역자’ 등 강한 언사를 쏟아냈다. 또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은 저녁마다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실정을 비판하는 ‘촛불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장관이 결재한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대통령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만약 그렇게 했다면 법 위반이다. 탄핵할 수 있다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극한 대치 해결책은?

이러한 여야의 도 넘는 공방에 정치 원로들은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설 의원의 발언으로 본회의장 내 고성이 오가자 “제발 경청해 달라”며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장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라며 “여야 의원은 발언하는 사람들의 말을 국민이 못 듣게 방해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민주당의 원로인 권노갑 상임고문도 현재 정치 상황을 ‘폭주하는 기관차’라고 표현했다. 권 고문은 지난 7일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지금 한국 정치는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다”며 “파탄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한국 정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전쟁터 같은 대치 상황에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화가 실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과 소통하면서 현안 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소통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며 “코로나 이후 소통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에 비해 의원들의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 도덕성이 많이 떨어졌다”며 “그러다 보니 거친 언사가 나오고 비방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한 대치 상황의 해법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권 고문은 “이 같은 대결과 파탄의 형태를 풀어야 할 1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며 “정부‧여당은 이 대표를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발”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중진의원도 “이 대표는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여당에 공이 넘어갔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만나야 냉각된 정국을 풀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