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 앞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 앞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계기로 중국을 향해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는 한미일 협력을 토대로 중국에 북핵·미사일 책임과 함께 한중관계 회복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할 말을 하는 당당한 외교”라고 치켜세웠다. 

◇ 북핵 경고-대북제재 동참 요구

윤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아시아(EAS) 정상회의’에서 “북한은 불법적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유엔 안보리로부터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면서 “그러한 결의안을 채택한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같은날 중국의 2인자인 리창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한미일 공조가 그만큼 강화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중국역할론’을 띄우며 대중 외교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해왔다. 한미 동맹 강화는 ‘워싱턴 선언’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셔틀 외교’로 증명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후 지난달 한미일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협력이 공고해졌으니,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외교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북핵은 우리에게 실존의 문제”라며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 한미일 협력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일 공조를 불편하게 여기는 중국에게 북핵의 책임을 묻는 경고성 메시지다. 또 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 한미일 협력은 중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한미일정상회의 결과에 불쾌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 ‘당당한 외교’ vs ‘대중 견제 선봉장’

하지만 윤 대통령은 중국에게 ‘경고’만 보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리 총리에게 “한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한국서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다. 한중 사이 문제가 있더라도, 자주 만나 교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인 것이다. 

또 한중 경제관계에 대해서도 “결국 시장경제, 그리고 세계 자유무역질서 속에서 함께 성장을 일궈온 중국과 한국이 다자주의 속에서 국제사회의 경제관계 규범과 틀을 성실하게 지켜나가며 거래한다면 양자 관계가 아무런 문제없이 예측가능성 있는 투자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 총리는 ‘대북 제재 동참’ 등에는 즉답을 내진 않았으나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경청했다고 한다. 대신 양국 경제 관계에 대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을 가속화해서 양국이 좀 더 개방성을 높이고 업그레이드된 자유무역협정을 하고 싶다”며 “한중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먼 친척보다도 가까운 이웃이 같이 협력하고 잘 지낸다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당당한 외교’라고 추어올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분단국의 당사자이자 북핵으로 인해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국가임에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상임이사국에 할 말을 하는 한반도 주인으로서의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며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주체적 입장에서 대한민국 입장을 명확히 전달한 건 지난 정부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행보가 단숨에 북중러 결속을 깨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 정권 수립(9·9절) 75주년 기념행사에서 북한 최고위층과 중국, 러시아의 고위급 대표단이 만나기 때문이다. 또 한미일 협력으로 한국이 ‘대중(對中) 견제 선봉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만큼, ‘단호한 외교’는 그 시작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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