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올해 1만대 클럽에 재진입하며 완전한 부활을 알렸다. 사진은 지난 6월 열린 렉서스 RZ 및 RX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스피치를 진행하는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가 올해 1만대 클럽에 재진입하며 완전한 부활을 알렸다. 사진은 지난 6월 열린 렉서스 RZ 및 RX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스피치를 진행하는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 한국토요타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렉서스와 지프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차 판매 대수 그래프가 비슷한 굴곡을 그렸으나 올해 희비가 엇갈렸다. 렉서스는 지난달 기준 1만대 판매를 돌파했으며, 올해 연간 판매대수 신기록 가능성도 보인다. 그러나 지프는 10년 만에 연간 판매량 5,000대 선이 붕괴될 조짐이 감지됐다.

먼저 두 브랜드는 지난 4년간 △렉서스 1만2,241대→8,911대→9,752대→7,592대 △지프 1만251대→8,753대→1만449대→7,166대 등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2019년 함께 연간 판매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린 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8,000대 수준으로 실적이 하락했고, 2021년 반등했으나 2022년에는 7,000대 수준으로 떨어지며 주춤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양사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올해 렉서스는 1월 576대를 기록한 후 2월부터는 꾸준히 9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성장곡선을 그렸고, 지난달 기준 누적 판매대수 1만45대를 달성하며 2019년 이후 4년 만에 1만대 클럽 재입성 쾌거를 이뤄냈다.

렉서스는 2019년 노재팬 여파로 인해 판매가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으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완전변경(풀체인지) 2세대 NX △7세대 ES 연식변경 △완전변경 5세대 RX △신차 전기차 RZ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렉서스가 새롭게 선보인 모델들은 대부분 브랜드 판매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렉서스 ES는 누적판매 6,087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약 90% 성장했다. 동기간 신형 NX와 RX도 2,344대, 906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207%, 59% 판매가 늘었다.

소비자들이 렉서스 브랜드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고객 중심 경영’과 실제 차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컨슈머인사이트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연이어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어려운 시기 한국토요타자동차를 이끌었던 타케무라 노부유키 전 사장은 ‘고객 만족’을 위해 힘쓰며 꾸준히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충했다. 이러한 투자에 실제 차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초기·내구품질 △AS·판매서비스 4개 부문 평가 설문조사에서 렉서스는 꾸준히 업계 1·2위를 석권하고 있다. 여기에 노부유키 전 사장 후임으로 올해 1월 부임한 콘야마 마나부 신임 사장은 상품성을 개선한 신차를 적극 투입하며 렉서스 부흥에 시동을 걸었다.

전·현직 수장의 노력은 렉서스를 다시 ‘1만대 클럽’으로 이끌었다. 특히 9월 기준 누적 판매 1만45대를 기록해 남은 4분기 동안 월 평균 1,100대 판매만 기록한다면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한 2018년 1만3,340대를 넘어설 수 있다.

다만 렉서스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본사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현재 신차를 주문하고 인도를 기다리는 고객이 적지 않은데, 본사에서 물량 공급을 늘려주기만 하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은 불가능하지 않다”며 “본사에 지속적으로 공급 물량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프가 올해 판매량이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가격정책 실패’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사진은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가 ‘지프 캠프 2021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스피치를 진행하는 모습. / 제갈민 기자
지프가 올해 판매량이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가격정책 실패’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사진은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가 ‘지프 캠프 2021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스피치를 진행하는 모습. / 제갈민 기자

반면 지난 4년간 렉서스와 흡사한 굴곡을 그린 지프는 올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지프는 지난 2021년 렉서스보다 먼저 1만대 클럽 재입성을 알렸으나 한국법인 스텔란티스코리아 측에서 이때부터 ‘원자재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신차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이에 소비자들은 지프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자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대규모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지프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판매량이 폭락한 뉴 컴패스와 체로키는 올해 상반기 재고를 털고 난 후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이로써 지프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판매 중인 모델은 △그랜드 체로키(롱바디 L 포함) △레니게이드 △랭글러 3종으로 줄어들었다. 준중형·중형 모델이 사라지게 되면서 고객층도 한정됐다. 여기에 올해는 신차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가격인상과 일부 모델 철수(단종), 신차 부재 등이 겹친 지프는 9월 기준 누적 판매대수가 3,399대에 그쳤다. 이는 월 평균 400대가 되지 않는 실적이다. 이러한 성적을 감안하면 연말 기준 판매 실적은 5,000대도 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연간 5,000대 미만 판매 실적을 기록한 해는 크라이슬러와 닷지, 지프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던 FCA 시절인 2013년(4,143대)이 마지막이다. 10년 만에 5,000대 선이 붕괴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프의 부진에 대해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지프 브랜드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무리하게 가격을 인상한 부작용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기를 의식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현재 판매 중인 모델 가격을 다시 인하하고 여기에 추가 할인까지 제공하는 등 소비자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마음이 뜬 잠재고객들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프 브랜드 관계자는 “현재는 신차가 없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최근 전 모델 가격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신차 출시 등으로 반등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 브랜드 부진뿐만 아니라 푸조 브랜드도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이 이어져 결국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9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 (렉서스, 지프)
2023. 10. 18 한국수입자동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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