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가 올해도 흥행 및 실적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쇼박스
쇼박스가 올해도 흥행 및 실적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쇼박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리온그룹의 영화·콘텐츠 부문 계열사 쇼박스가 올해도 적자행진을 끊지 못하는 등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뚜렷한 변화의 흐름 속에 영화산업 자체가 전에 없던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5편의 ‘천만영화’를 배출한 쇼박스도 좀처럼 옛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영화산업 위기 속 잇단 흥행 실패… ‘적자 확대’

매출액 174억원, 영업손실 220억원, 당기순손실 176억원. 쇼박스가 기록한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이다. 적자규모가 매출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등 ‘최악의 실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분기가 ‘여름 대작’들이 쏟아지는 성수기인점을 고려하면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누적 실적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쇼박스는 3분기까지 매출액 325억원, 영업손실 220억원, 당기순손실 173억원의 누적 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8.8%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 규모는 각각 322.8%, 439.4% 폭증했다.

기간을 넓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쇼박스는 △2015년 1,420억원 △2016년 1,259억원 △2017년 1,026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18년 685억원 △2019년 786억원으로 주춤하더니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에는 △2020년 467억원 △2021년 509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는 극장가 전반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쇼박스의 매출액도 56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정작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든 올해는 매출액이 재차 감소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수익성 측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줄곧 흑자기조를 유지해온 쇼박스는 2020년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지만 2021년 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곧장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또 다시 적자전환했고, 올해는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220억원에 달하고 있다.

쇼박스의 이러한 실적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부문에서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쇼박스는 올해 개봉한 영화 라인업이 ‘스즈메의 문단속’과 ‘비공식작전’ 등 2편에 불과하며, 이 중 ‘스즈메의 문단속’은 흥행에 성공했으나 기대를 모았던 ‘비공식작전’은 쓴맛을 봤다. 쇼박스는 지난해 선보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비상선언’, ‘압꾸정’도 모두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남은 4분기 실적 개선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쇼박스는 다음달 초 ‘3일의 휴가’가 개봉할 예정이며, 당초 올해 선보일 계획이었던 ‘시민덕희’는 내년 초로 개봉이 미뤄졌다.

이 같은 부진한 흥행 및 실적 행보가 단순히 쇼박스 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국내 영화산업 자체가 전에 없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OTT를 비롯한 콘텐츠 시장 전반의 커다란 변화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빠르게 전개되면서 영화산업은 좀처럼 옛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2억1,000만명대를 유지하다 2020년 2억2,000만명을 돌파했던 국내 연간 영화관객수는 지난해 1억1,000만명까지 회복되는데 그쳤다. 올해도 현재까지 누적 관객수가 1억명에 불과하다.

쇼박스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알고 있다. 이미 2020년 ‘이태원 클라쓰’로 드라마 제작사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지난해에는 ‘미디어 데이’를 통해 새로운 비전 및 앞으로의 방향성을 내놓았다. 당시 쇼박스는 ‘크리에이터 중심의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으며, 특히 기획 및 제작 중인 TV·OTT 시리즈가 40편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으론 위기상황 타개를 주도할 ‘수장’도 교체했다.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김도수 전 대표가 지난 8월 물러났고, 남아있는 유일한 사내이사인 이제용 대표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실제 차기 대표로 내정된 것은 오리온홀딩스 경영기획팀장 및 오리온 경영지원팀장을 맡아온 신호정 상무다. 그는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오를 전망이다.

쇼박스는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2005년 ‘괴물’, 2012년 ‘도둑들’, 2015년 ‘암살’, 2017년 ‘택시운전사’ 등 5편의 ‘천만영화’ 신화를 쓰며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과 함께해왔다. 거대한 시대 흐름에 발맞춘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잃어버린 옛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쇼박스 ‘2023사업연도 3분기 분기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14002190
2023. 11.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