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1심 6차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1심 6차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총선 험지 출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함으로써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명계(친이재명계)는 물론 당의 원로도 이 대표의 ‘험지 출마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을 다니며 지원 유세를 해야 하는 당 대표가 험지에 출마할 경우 지역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는 친명계인 김두관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 5일부터 줄곧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함으로써 민주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대표께 (험지 출마를) 요구했던 것은 (이 대표의) 계양 총선과 당대표 선거, 지난번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방탄 국회 등의 과정에서 한 번도 이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비호감도가 매우 높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지도부의 험지 출마에 대해서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를 국민들과 당원들이 지지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 지역에 대한 예시로 경기도 성남과 대구, 경북 안동을 들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결심을 하면 친명계도 결심할 것이고 비명계도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표가 결심하는 것 자체가 총선 승리의 최대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도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역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고향인 안동이 최적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이유’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이 대표가) 기득권자이기 때문”이라며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솔선을 보여라’ 이런 거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성남시장 두 번, 경기지사,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 후보였다. 지금은 당대표까지 하고 있다”며 “이 정도의 기득권자가 어디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최측근 위원장이기도 한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도 안동 출마를 권유한 바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이 대표와 측근들이 험지 출마를 선택하면 자신도 당이 권유하는 지역에 가겠다고 덧붙였다.

◇ 지도부‧원로, 이 대표 험지 출마 ‘부정적’… 비명계는 ‘신중’

하지만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 의원들, 당의 원로까지 이 대표의 ‘험지 출마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 지원 유세를 다녀야할 당대표가 험지에 출마하면 지역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1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개인적으로 총선을 이끌 당대표가 경북에 가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과연 유리할까에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역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하다. 당대표는 선거에 대해서 전체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며 “그러한 여건에 맞는 게 무엇인지와 국민의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다음에 진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당의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내 일부에서 제기하는 이 대표의 험지 출마론은 하지하책(下之下策‧가장 나쁜 계책)”이라며 “국민적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차기 대선 후보이자 당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묶이면 총선 승리를 위한 전국 지원 유세는 누가 하며 가장 효과적인 선거 운동의 기능이 상실된다”고 적었다.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도 이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이원욱 의원의 안동 출마 요구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문제도 이 대표 본인이 결단해야 될 문제다. 압박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중요한 부분들은 당 대표와 지도부, 다선 의원님들이 ‘나는 이번 선거를 위해서 어떤 희생을 하겠다’는 각오들이 나와야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할 경우 여론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적 고향인 성남을 떠나 인천으로 지역구를 옮긴 상황에서 또다시 지역구를 옮긴다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천 계양구는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 지역을 옮겨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곳”이라며 “거기서 다시 지역구를 옮긴다면 계양구 주민들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험지 출마 요구에 답을 하고 있진 않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주민들을 만나거나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나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등 현재 지역구에 집중하겠다는 간접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는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계양구 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90여 분의 영상을 게시했고, 지난 8일엔 인천시당이 마련한 유 시장과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교통난 해소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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