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로 대표되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이 16일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출범시켰다. 그들은 당내 민주주의와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4명의 의원들이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윤영찬 의원 SNS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로 대표되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이 16일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출범시켰다. 그들은 당내 민주주의와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4명의 의원들이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윤영찬 의원 SNS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그동안 라디오나 SNS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왔다. 하지만 16일 비명계로 대표되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사실상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러한 움직임에 당내서는 “이재명 대표가 품어야 한다”, “당내 문제에 집착해서 안 된다” 등 여러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 비명계, ‘원칙과 상식’ 모임 출범… “도덕성‧민주주의 회복해야”

4명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획일화된 목소리보다는 소수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한다”며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팬덤 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검찰 독재를 막기 위해서는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을 제시했다. 이어 “올해가 가기 전에 강한 야당으로 가기 위한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12월까지 3가지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도덕성 회복’과 관련해 “민주당의 도덕성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상태로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결집할 수 없다”며 “‘방탄 정당’, ‘돈 봉투 정당’, ‘코인 정당’이라는 국민 불신을 그대로 놔두고는 검찰 독재를 압도할 수 없다. 내로남불에서 벗어나 도덕성 회복을 위한 일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민주당은 이재명 당도 강성 지지층의 당도 아니다. 친명 일색의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 외부의 유튜브 언론 등이 지배하는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 목소리로는 국민의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며 “심지어는 강성 지지자와 일부 유튜버 등 ‘친명 감별사’들이 벌이는 친명 당선, 비명  낙선 운동은 민주당을 박근혜 정권 때 ‘진박 감별 당’ 수준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당내 민주주의 회복의 일환으로 강성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주장했다.

‘비전 정치 회복’에 대해서는 “우리는 단지 싸워서 이기는 ‘전투정치’가 아니라 민생과 미래를 살리는 ‘비전정치’로 가야 한다”며 “민주당 정치는 미래를 향해야 한다. 과거를 놓고 싸우지 말고 미래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과 상식’ 모임은 향후 다른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모임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을 접촉하진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여러 의원들과 뜻이 같고 고민의 폭이 거의 비슷하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셔서 참여 여부는 앞으로 시간을 갖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총선을 대비한 모임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다”며 “가장 쉬운 방법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총선에서 승리하자’라고 말하면 된다. 그럼 공천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 비명계 ‘집단 목소리’에 당내 의견 ‘분분’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 목소리’에 당내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당내 분란을 더 이상 만들면 안 된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문제는 이 대표 하기 나름”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명계와 같이 가겠다고 하면 탈당이나 이런 일이 없을 것이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를 짜고 지금 흐름으로 가면 (비명계가) 다른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지금은 4명의 의원들과 험지 출마를 비롯해서 총선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강조했다. 이 대표가 ‘원칙과 상식’ 모임의 의원들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연일 탈당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이상민 의원의 경우는 다른 시선으로 봤다. 김 의원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 당에서 20년간 의정활동을 하신 분이다. 그런데 최근에 다른 얘기를 하신다”며 “이 의원은 지금 우리가 껴안을 수 없을 정도로 루비콘강을 건너버렸지 않은가. 제가 볼 때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이 의원은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전날(15일)에는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까지 내놨다. 그는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국민의힘 입당 선택지까지 열어둔 건가’라는 질문에 “만약에 민주당을 떠난다면 어느 가능성이든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당내 갈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명계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명‧비명 편 가르기 논쟁은 민생 앞에 무익하다”며 “윤석열 정부와 맞서 싸우는데 친명‧비명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금 친명‧비명이니 구분하며 편 가르는 논쟁을 펼치는 것은 국민의 관심사도 아닌 먹물들의 한가한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더 이상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말고 진심으로 당의 미래와 민생을 위해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건전하고 건강한 당이기 때문에 (다른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현재 민주당의 원칙과 상식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서민 경제를 총체적으로 파탄 내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 싸우는 것이지 당내 문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도부는 비명계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 정당에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며 “(원칙과 상식 모임은) 그런 다양성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