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결과 응답 전문건설사 중 97%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 하지 않아”

전문건설사 대다수가 내년부터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전문건설사 대다수가 내년부터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까지 두 달 가량 남은 상황에서 국내 전문건설사의 약 97%가 아직까지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전문건설사 중 절반 이상은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해당 의무 관련 애매모호한 내용 때문에 대응 방안 마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21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대한전문건설협회는 내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으로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를 파악하고자 전문건설사 761곳을 상대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들 두 기관은 설문조사 결과 내년부터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 체계 구축 및 인력‧예산 편성 등에 나선 전문건설사는 3.6%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전문건설사는 96.8%를 차지했다.

다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전문건설사를 상대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67.2%는 ‘방대한 안전관리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을 꼬집었다. 이어 비용부담 24.4%, 전문인력 부족 8.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조사에 참여한 전문건설사 761곳 가운데 절반 이상(51.5%)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6.5%는 3년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사망자 2명 이상으로 중대재해 요건을 완화(51.2%)’, ‘안전보건의무 축소(34.4%)’ 등 법률개정이 있어야 법을 지키면서 중대재해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영세한 전문건설사 실정에 맞게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운영(32.3%) △재해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조치(24.8%) △안전보건 예산편성‧집행(12.4%)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고 외부의 단기자원만으로 전문건설사가 의무적으로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법 개정을 통해 최소 2~3년간 법 적용 유예를 통해 영세한 전문건설사들이 안전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부동산·건설경기 침체로 올해 전문건설사들의 폐업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아울러 내년부터는 업역 폐지로 종합건설사가 전문건설사가 맡아왔던 단일 공사까지 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내년 중대재해처벌법마저 확대 적용된다면 전문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자본력이 있는 종합건설사는 중대재해 관련 대응책 마련이 수월하겠으나 대부분 영세한 전문건설사에서는 안전관리 인력 충원 등 늘어난 비용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근로자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조속히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2분기까지 산재로 인한 전체 사망자 289명 중 62%에 속한 179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작년에도 무려 전체 산재 사망자 874명 가운데 81%(707명)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처럼 각종 통계자료에서 나타나듯 중대재해로 인한 근로자 사망사고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또 다시 2~3년 미루자는 것은 근로자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고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전 업종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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