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년의 민주당 생활을 마치고 탈당했다. 비명계(비이재명계)로 대표됐던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3명(김종민‧이원욱‧조응천)의 탈당 후 연이어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연쇄 탈당’에 민주당 내에서는 추가 탈당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외부에 분열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이낙연, 민주당 탈당…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

이 전 대표는 예고대로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현재 민주당이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과 가치, 품격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며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을 향한 비판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탈당을 선언한 이 전 대표는 거대 양당의 독점 정치구조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당제 실현을 위해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전 대표는 △R&D(연구개발) 지원과 규제 혁파 △미래기술산업 집중 육성 △‘중부담-중복지’로의 발전 △‘제2의 한류’ 확산 △한미동맹을 중심 속 중국‧일본‧러시아와 우호 관계 정착 △남북 관계 안정적 유지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 의원들과 본격적인 신당 창당 준비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 후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신당 창당 후 목표가 있는가’라는 <시사위크>의 질문에 “양당의 철옹성 같은 독점구도를 깨뜨리기 위한 의미 있는 정도의 의석, 되도록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재차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그리고 협력해야 한다”며 “지금의 나라를 망가뜨릴 정도로 왜곡되고 있는 이 양당 독점 정치 구도를 깨는 일이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낙계(친이낙연계) 의원들에게 신당 합류를 설득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정치인 거취에 대해 남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제3자가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 민주당 의원 129명, 이낙연 탈당 만류

현역 의원 3명에 이은 이 전 대표의 탈당으로 당내 분열 우려는 커지는 모양새다. 이를 우려한 듯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있기 전 탈당을 만류하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강득구, 강민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명분 없는 창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탈당과 신당 창당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 비대위 구성을 요구했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전 대표께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 이낙연을 키운 민주당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길이 어떤 쪽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멈춰 세우기 위해 당이 단결하고 통합해야 할 엄중한 시기”라며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은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통합과 단결이다. 탈당과 분열은 민주 진영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 길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께 다시 한번 호소한다. 민주당이 길이다. 민주당에서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한 데에는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석열 정권 폭정을 심판하라고 하는 국민적 요구가 많다. 민주당뿐 아니라 야권이 더 단단하게 뭉쳐야 되는데, 결국 탈당이 야권 분열로 비칠 우려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연쇄 탈당은) 분열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중진 의원은 “대규모 분열은 아닐 것”이라며 “여러 의원이 동조하지 않는다.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도 일절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덧붙였다.

하지만 향후 공천 과정에서 추가 탈당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에 현역 의원들이 많은 만큼 공천에서 탈락하는 현역 의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이 전 대표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고 했다.

전날(10일) 탈당한 이원욱 의원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민주당은 대부분 경선에 의한 공천을 한다”며 “경선이 끝나고 거기에서 떨어지는 분들이 일부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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