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앞서 영접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앞서 영접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날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하면서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정 간 이례적 충돌에 여권 내부서도 ‘공멸 우려’까지 나오자 조속한 수습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등의 궁극적 원인이 된 김건희 여사 관련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란 점은 여전한 ‘불씨’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당초 윤 대통령의 경우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업무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 역시 당 사무처를 순방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화재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피해 상황을 청취하고자 현장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만나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사고 현장과 관련해 소방관계자로부터 현장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화재 현장을 점검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열차 동승을 제안했고, 한 위원장이 이에 응하며 서울로 함께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 요구’로 촉발된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의 갈등은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고조됐다. 이는 즉각 당내 소란으로도 이어졌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한 위원장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가 하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위원장 체제의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을 채 80여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유례없는 집안싸움이 벌어졌다는 점은 여권 모두에게 우려를 자아냈다. 이렇다 보니 여권에서는 갈등이 조속히 수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윤’으로 평가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민과 당원들을 생각하면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이 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 ‘화해 무드’ 조성했지만, ‘불씨’ 여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직접 대면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역에서 기자들을 만나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사퇴 요구 등과 관련한 갈등 국면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그간의 갈등 국면에 대한 일종의 ‘매듭’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봉합의 모양새는 취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된 시각이다. 이번 갈등 사태의 주요 원인이 된 김 여사의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그렇다 할 해법이 제시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열차 내에서 한 대화는 오롯이 ‘민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한 게 전부다.

오히려 여당 내에서는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더도 덜도 아닌 정치 공작”이라며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고 하는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자행한 범죄 행위 피해자에 대해 무조건 사과하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러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리스크가 여전히 ‘공격의 지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이번 여권 내 갈등을 계기로 민주당이 연일 ‘김건희 리스크’ 띄우기에 골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여권 내 가장 ‘취약한 지점’이라는 인식에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까지 선거를 여러 번 치르면서 보지만, 묻고 넘어갔을 때 잊어버리지 않고 꼭 그게 표심에 반영이 되는 걸 굉장히 많이 봤다”며 “어떠한 형식이든 최선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여사한테도 일단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경위를 소상히 밝히는 해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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