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아난티 소액주주연대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아난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아난티 소액주주연대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아난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실적 측면에서도 활기를 띠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고급 호텔·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예사롭지 않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오랜 세월 소극적이었던 주주환원에 뿔난 소액주주들이 본격적인 행동을 예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너일가 2세에 대한 검찰 수사도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 뿔난 주주들 행동 본격화… 당면과제로 떠오른 ‘주주가치 제고’

국내 고급 호텔·리조트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아난티는 지난해 부산 기장에 ‘빌라쥬 드 아난티’와 ‘아난티 앳 부산 빌라쥬’를 새롭게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던 아난티의 행보가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아난티는 지난해 전년 대비 175.8% 증가한 8,97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687억원, 2,106억원에 달했으며, 이 역시 전년 대비 133.3%, 519.8% 증가한 수치였다.

아난티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속에 1,14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이듬해 2,198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22년에는 다시 3,253억원으로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거듭 갈아치운 바 있다. 아난티의 매서운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호조 속에서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는 아난티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사업 및 실적 흐름과는 정반대로 싸늘한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는 모습이다.

아난티 소액주주연대는 올해 정기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한 상태다. 주주행동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주주명부 확보에 나선데 이어 지난달엔 사측에 주주제안서도 발송했다.

아난티 소액주주연대의 이러한 행보는 오랜 세월 소극적이었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아난티는 20년 넘게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등 주주가치 제고가 강조되는 시대흐름에 뒤쳐져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뿔난 소액주주들이 세를 규합해 본격적인 주주권익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들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아난티가 지난해 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시했지만,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 ‘생색내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아난티는 지난해 66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영진 교체 필요성도 제기하며 오너일가 2세 이만규 대표 등도 겨냥하고 있다. 삼성생명과의 부동산 뒷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기소되기도 했다는 점에서다. 또한 지난해 오픈한 ‘빌라쥬 드 아난티’의 공사비 300억원을 두고 신세계건설과 법적 분쟁에 휩싸이며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도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중 삼성생명과의 부동산 뒷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근 검찰 수사도 다시 본격화한 상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달 이만규 아난티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만의 재소환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해 3월 이만규 대표의 동생인 이홍규 전 아난티 CFO(최고재무책임자)를 허위공시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소액주주연대의 행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주총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이만규 대표 재소환은 아난티를 둘러싼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다만, 이에 대해 아난티 측은 “담당 검사가 변경된 데 따른 통상적인 재소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아난티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확고하지 않은 점도 중대 변수로 지목된다. 아난티 오너일가는 현재 아난티 지분 30.03% 보유 중이다. 지배력이 취약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특히 소액주주연대가 플랫폼 등을 통해 이미 적잖은 지분을 확보한데다 행동주의펀드가 가세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아난티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해 파격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이번 정기주총 이후에도 소액주주연대의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및 실적 측면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온 아난티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달래기라는 당면과제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아난티 관계자는 “이만규 대표는 지난해 종무식을 통해 강조한 바 대로 올해부터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난티는 올해 슬로건으로 ‘성장 동력 강화 및 고객·주주가치 제고’를 내걸고, 경영방침으로 △호텔 운영 부문 성장 △리워드 프로그램 ‘림(RIM)’ 및 이터널 저니 사업 강화 △고객 가치 향상 및 주주가치 제고를 제시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