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매 총선마다 발생하는 '공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제6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매 총선마다 발생하는 '공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제6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정당의 공천제도는 당에 걸맞은 후보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하향식 공천’, ‘계파 중심 공천’, ‘줄서기 공천’ 등이 보수‧진보 정당을 막론하고 횡행하면서 우리나라 공천제에 대한 문제점은 매 선거 때마다 지적받아 왔다. ‘공천 파동’, ‘사천 논란’ 등은 공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생긴 단어다.

◇ ‘시스템 공천’ 외치지만 논란 지속

‘사천’, ‘계파’, ‘밀실’ 공천 논란은 역대 총선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슈였다. 이러한 논란은 유권자들에게 ‘불공정’의 산물로 비춰졌고 선거 승패를 좌우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대와 21대 총선이다.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른바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 논란이 발생했다. 친박계(친박근혜계)로 구성된 공천관리위원회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측근들을 보수 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 공천하려 했다는 논란이었다.

이에 비박계(비박근혜계) 김무성 당시 대표가 공관위의 공천 결정에 반발하며 일부 공관위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는 이른바 ‘옥새 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천 파동 논란으로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줬다.

21대 총선도 사천 논란이 발생하면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김형오 공관위’가 자신들의 측근들에게 공천을 주려 했다는 논란이었다. 이러한 논란이 커지자, 황교안 당시 대표는 공천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고, 일부 지역에서 ‘공천 번복’이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끊임없는 공천 논란에 각 정당은 객관적인 평가와 기준, 당헌‧당규에 따른 공천 심사를 실시하겠다며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 시스템 공천을 먼저 도입한 당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위’에서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평가 △국민참여공천 △경쟁력 평가 등 후보자 검증 방식을 세부적으로 나눴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기는 공정한 공천’을 다짐하며 22대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시스템 공천은 평가 항목을 경쟁력 여론조사‧당무감사‧당 기여도‧도덕성‧면접 등 세부적으로 나눠 공천에 반영하는 것이였다.

여야가 각각 시스템 공천을 통해 '공정한 공천'을 실시했다고 자평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눈 가리고 아웅식'의 시스템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여야가 각각 시스템 공천을 통해 '공정한 공천'을 실시했다고 자평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눈 가리고 아웅식'의 시스템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지도부 중심‧줄서기 공천 ‘여전’

여야는 이러한 시스템 공천을 통해 ‘공정한 공천’을 달성했다고 자평하지만, 시스템 공천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정치권 원로는 ‘눈 가리고 아웅식 공천’이라고 지적한다. 공관위나 전략공관위 등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곳에 지도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중앙당에서 공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이렇게 중앙에서 컨트롤하면서 당 대표나 차기 대권주자 위주의 공천이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스템 공천에 대해 그는 “시스템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공천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시스템 공천이 되겠는가”라며 “1~2년 사이에 당원들을 가입시킨 후 제도와 감점 조항 등을 만들어 놓고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면 눈 가리고 아웅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지도부 중심의 공천은 ‘줄서기 공천’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만들어진 ‘비명횡사 친명횡재’, ‘친윤 불패’라는 신조어도 이러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권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통화에서 “(공천 시즌이 되면) 국회의원들이 전부 당의 권력자에게 꼼짝 못 한다”며 “공정한 룰에 의해서 공천이 이뤄진다면 왜 당권을 잡은 사람에게 올바른 말을 못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시스템 공천에 대한 판단 기준은 ‘관리 능력’이라고 짚었다. 공천에 대한 반발이 생겼을 때 이를 관리할 수 있는가 없는가로 시스템 공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천 잡음이 없는 공천은 없다”면서도 “그 잡음이 어느 정도냐 그리고 그 잡음이 생겼을 때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정도 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면 관리가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상향식 공천 시스템이 더욱 보편화돼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상향식 공천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되고 그것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번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믿고 그 공천에 응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 정당의 공천파동에 따른 선거 결과 함의
2017. 3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정당 공천의 민주화: 당원인식조사를 통해 분석한 바람직한 공천 방향

2019. 9 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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