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자들의 '막말 리스크'가 총선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왼쪽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방문해 지역의 총선 후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대전 중구 으느정이 거리를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여야 후보자들의 '막말 리스크'가 총선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왼쪽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방문해 지역의 총선 후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대전 중구 으느정이 거리를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거대 양당이 ‘막말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막말을 했던 후보들이 사과를 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연일 새로운 막말 논란이 발생하면서 총선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과거 후보자의 막말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줬던 만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막말 경계령’을 내렸고, 민주당은 공천 취소까지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 막말 논란에 ‘몸살’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후보자들의 막말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 장예찬 후보(부산 수영구)의 ‘난교’ 발언에 이어 도태우 후보(대구 중구남구)의 ‘5‧18 폄훼’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수연 후보(대전 서구갑)까지 과거 “(백성들은)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자신의 SNS에 적어 논란이 됐다.

민주당도 막말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주민에게 인사를 하던 도중 ‘2찍’(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하는 용어)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또한 정봉주 후보(서울 강북구을)는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정 후보는 지난 2017년 유튜브 방송에서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5년 경기도 파주 DMZ(비무장지대)에서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의 목함지뢰에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사건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막말이 알려지자, 여야는 상대 당 후보의 막말을 부각하며 공세를 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정 후보의 언행은 단순 실수라 하기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인간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힘든 저급함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의 천박한 발언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수준이지만, 특히 지뢰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우리 장병들을 조롱하고 모독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경악스러운 말을 내뱉고 낄낄거리는 저질스러움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막말로 논란이 된 국민의힘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조 후보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라며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버젓이 대한민국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고 왜곡하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강 대변인은 “조 후보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망언과 막말을 보면 입을 다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부정과 왜곡, 심지어 난교 예찬까지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이것이 한동훈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자랑하는 시스템 공천의 결과인가”라고 힐난했다.

◇ 여야, ‘막말 경계령’… 민주당, ‘공천 취소’ 엄포

후보들은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했고, 당 지도부도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특히 민주당은 공천 취소까지 검토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국민의힘 조수연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깊이 반성한다”며 “저는 페이스북에 기재할 당시나 지금이나 절대 친일파를 옹호하거나 일제 강점기 시절의 참상에 눈을 감을 생각은 없었다. 7년 전 야인 시절의 표현의 미숙함을 혜량해 주시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적었다.

민주당 정봉주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에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 장병들이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과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 후보는 이날 다시 페이스북에 “다시 한번 나라를 지키다 사고를 당하신 두 분의 피해 용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2017년)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적인 사과는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분의 피해 용사에게 직접 사과한 듯한 표현으로 두 분께 또다시 심려를 끼치고 상처를 드렸다. 다시 한번 두 피해 용사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저는 이러한 불찰을 인정하고 자숙하겠다. 당분간 공개적인 선거운동은 중단하고 유튜브 등 일체의 방송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발언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주요 당직자와 후보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발언에 신중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4일 대전 중구 민생현장 방문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해 “정치인들은 모든 것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며 “정치인이란 모든 것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모든 행위에 대해서 책임져야 해서 엄중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서 상응하는 대책들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언행에 문제가 되는 후보들에 대해선 공천 취소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김민기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에서 “어제(13일) 준법 선거를 강조하는 공문을 17개 시‧도당에 발송했다. 후보자와 선거운동 관계자는 부적절한 언행, 사회적 물의를 빚는 행동으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공천 취소를 포함한 비상 징계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이 이처럼 막말 경계령을 내린 것은 과거 막말 논란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 파문이 일었고, 이는 미래통합당이 선거에서 참패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현재의 막말 논란에 대해 대중적인 인물일수록 파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권주자나 당 대표, 이름이 알려진 후보일수록 유권자들이 중대하게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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