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완료 뉴 푸조 E-208·E-2008, 출시 무산… 재고떨이 의혹
지프 어벤저는 계획대로 출시… 방실 대표, ‘판매 간섭’ 의식했나
푸조 성장 억누르는 스텔란티스 코리아… 신차 가뭄, 역성장 가능성↑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올 상반기에 뉴 푸조 E-208(사진)과 뉴 푸조 E-2008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2월 새롭게 부임한 방실 신임 사장은 푸조의 전기차 신차 계획을 백지화하고 당분간 구형 모델만 판매할 계획임을 밝혔다. / 푸조 프랑스 홈페이지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올 상반기에 뉴 푸조 E-208(사진)과 뉴 푸조 E-2008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2월 새롭게 부임한 방실 신임 사장은 푸조의 전기차 신차 계획을 백지화하고 당분간 구형 모델만 판매할 계획임을 밝혔다. / 푸조 프랑스 홈페이지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최근 올해 신차 계획을 새롭게 짜면서 당초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F/L)을 거친 푸조 전기차(BEV) 2종의 국내 출시 시기를 연기했다. 대신 푸조의 전기차는 당분간 현재 판매 중인 구형 e-208과 e-2008을 계속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재고떨이 의혹이 피어나고 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측에 따르면 최근 푸조 브랜드의 신차 계획이 일부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부분변경을 거친 전기차 모델 뉴 푸조 E-208, 뉴 푸조 E-2008 2종의 연내 국내 출시 계획이 백지화됐다.

뉴 푸조 E-208 및 E-2008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 등 글로벌 마켓에서 판매가 개시된 모델이다. 제이크 아우만 전 스텔란티스 코리아 사장이 재임한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해당 모델을 올해 상반기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국내 환경부의 배출가스·소음 인증과 전기차 배터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인증도 모두 마쳤다.

뉴 푸조 E-208 모델은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배터리 완충 시 상온 도심 566㎞, 복합 498㎞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인증을 받았다. 뉴 푸조 E-2008 모델도 WLTP 기준 복합 403㎞ 인증을 받았다.

국내 환경부 인증에서는 뉴 푸조 E-208이 △상온 복합 325㎞ △저온 복합 281㎞ 등으로 평가됐다. 뉴 푸조 E-2008은 국내 기준 △상온 복합 313㎞ △저온 복합 265㎞ 수준으로 인증을 마쳤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준에는 조금 낮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간 푸조의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260∼290㎞ 수준의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는 해소한 모습이다. 조금이나마 푸조 브랜드의 반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최근 방실 신임 사장이 부임한 직후 돌연 두 모델의 국내 출시를 뒤집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대폭 수정하면서 주행거리가 400㎞ 미만인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나선 것에 따른 조치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에서 뉴 푸조 E-2008과 같은 플랫폼으로 설계됐으면서 동일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지프의 전기차 모델 어벤저는 계획대로 연내 출시를 알려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지프 어벤저는 아직 국내 환경부 주행거리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뉴 푸조 E-2008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달 말 푸조 뉴 E-2008(사진)의 국내 환경부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했으며, 환경부 주행거리 인증도 마치고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 푸조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각각 뉴 푸조 E-208과 뉴 푸조 E-2008(사진)의 국내 환경부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했으며, 환경부 주행거리 인증도 전부 마치고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으나, 최근 출시 계획이 무산됐다. / 푸조

이러한 점에 미뤄볼 때 전기차 보조금의 영향과 푸조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 변경은 무관해 보인다. 또한 보조금을 의식했다면 오히려 주행거리가 더 짧은 구형 모델 대신 신형 모델을 투입하는 게 조금이나마 유리한데, 굳이 신형을 투입하지 않고 구형 모델 판매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스텔란티스 코리아 측이 푸조 전기차 신차 계획을 변경한 이유로는 △푸조 구형 전기차 재고떨이 △지프 어벤저와 판매간섭 2가지가 더 유력해 보인다.

푸조 프랑스 공식 홈페이지 등 해외 사이트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푸조의 전기차 e-208·e-2008 구형 모델을 파는 지역은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 지난해 출시된 신형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사실상 푸조의 구형 전기차 모델 재고떨이 시장으로 한국을 낙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에 뉴 푸조 E-208·E-2008을 먼저 출시하게 되면, 올해 출시 예정인 지프 어벤저의 판매에도 일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프 어벤저는 푸조 E-2008과 동일한 플랫폼, 동일한 배터리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WLTP 주행거리도 비슷하다. 한 집안에서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를 같은 해에 출시하면 판매간섭으로 양쪽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스텔란티스 코리아 측에서는 ‘재고떨이’에 대해 반박하지 않으면서도 복합적인 요인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입장을 전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관계자는 “푸조 전기차 신형 출시 계획을 연기한 이유는 재고떨이 때문만은 아니며,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 변경 및 국내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전기차 모델의 경우 숨고르기 하면서 출시시기를 조금 조율한 것이며, 대신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올해 디젤 모델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더 이상 디젤 파워트레인 모델을 들여오지 않을 계획이며, 앞으로는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MHEV 및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일환으로 우선 디젤만 판매 중이던 푸조 준중형 해치백 308 모델의 파워트레인을 가솔린 MHEV로 바꿔 새롭게 인증을 받아 연내(올 하반기) 국내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다만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디젤 판매 중단을 선언한 만큼 현재 디젤 모델만 판매 중인 세단 508도 파워트레인을 바꿔야 하는데, 현재 해외에 판매 중인 신형 508(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국내 판매 시점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또한 해외에 출시된 3008 풀체인지 모델 ‘E-3008’의 국내 출시와 관련해서도 아직 알려진 내용이 전무하다.

푸조가 해외에서는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푸조의 신차 출시에 제동을 거는 등 성장을 억누르는 모습이다. 올해 신차가 308 MHEV뿐인 푸조는 역성장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한편, 이번 푸조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 변경에 스텔란티스 코리아 신임 대표로 선임된 방실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진다. 그가 신임 대표로 부임하고 새로운 모습과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희생양으로 푸조가 선택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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