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매출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매출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안팎으로 뒤숭숭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진짜 실적’이 민낯을 드러냈다. 2020~2021년 3년간 매출액은 기존에 발표했던 것에서 6,000억원 이상 줄어들었고,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4년간 무려 1조원이 증발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각종 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급격히 쪼그라든 실적 또한 중대 당면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 이중구조 걷어내니 쪼그라든 매출액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2020년과 2021년의 감사보고서 및 연결감사보고서와 2022년의 사업보고서를 연이어 정정공시했다. 핵심 정정 내용은 매출액에 해당하는 영업수익과 영업비용을 기존에 기재했던 것보다 낮춘 것이다.

먼저, 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800억원이었던 것이 1,946억원으로 정정됐고 2021년은 5,464억원에서 3,203억원으로, 2022년은 7,914억원에서 4,836억원으로 정정됐다. 영업비용 역시 △2020년 2,930억원→2,076억원 △2021년 5,338억원→3,077억원 △2022년 7,720억원→4,642억원으로 영업수익과 같은 금액씩 줄어들었다.

이 같은 정정을 단행한 사유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가맹사업과 관련해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과 비용을 각각 총액으로 인식해왔으나,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회계기준서에 대한 해석상 불분명한 점이 존재해 총액법과 순액법 중 어느 한 방법만이 명확하게 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며 “이에 유권해석 기관인 금감원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결정하고, 택시 가맹사업과 관련한 회계처리를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불거졌던 ‘매출 부풀리기’ 논란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를 수용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가맹택시 사업을 영위하면서 실질적인 수수료로 운임의 3~5%를 취해왔다. 다만 이는 이중구조로 이뤄져있었다. 먼저, 가맹택시는 운임의 20%가량을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이자 사업 운영 주체인 케이엠솔루션에 수수료로 지급했다. 그러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시 가맹택시 측에 운임의 16% 안팎을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회계처리 방식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을 확대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로부터 수취하는 실제 수수료는 운임의 3~5% 수준이었으나, 회계 상에는 운임의 20%가량으로 반영됐다. 대신 카카오모빌리티가 다시 지급하는 운임의 16% 안팎은 비용으로 처리됐다. 그리고 이는 가맹택시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각각의 계약이 별도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일각에선 상장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출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회계감리를 받았으며, 강력한 제재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금감원이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발송한 ‘조치사전통지서’에는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류긍선 대표 해임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가 금감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과거 회계장부를 정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2022년 3년간 매출액이 기존에 발표했던 것에서 6,193억원이나 줄어들게 됐다. 아직 지난해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매출 감소 폭이 4,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4년간 1조원 이상의 매출액이 증발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는 위축된 실적을 둘러싼 문제도 중대 당면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이는 그룹 차원의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일 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현안으로 꼽히는 상장과도 밀접한 사안이다.

하지만 매출 외형을 회복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호출 플랫폼 업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이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금감원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도 임박했고, 검찰 수사 또한 진행 중이다.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고꾸라진 카카오모빌리티가 각종 현안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게 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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