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 취소 청탁을 폭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당내 비판과 이탈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가 ‘1강’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탈표를 막아 당 대표로 직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  폭로전에 당내 비판 여론 격화

한 후보는 전날(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냐”고 폭로했다.

해당 발언은 이른바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으로 불리는 한동훈 대세론의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뿐만 아니라 당내 의원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폭로전의 당사자인 나경원 후보는 이날 보수 진영 최대 외곽 조직인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정기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며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패스트트랙 사건은 “전형적인 문재인 정부의 야당 탄압이었다"며 “지금은 빠루의 정신이 필요한 때 아닌가”라고 일침했다. 이는 당시 원내대표로 더불어민주당에 맞섰던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당원 투표를 하루 앞두고 표 결집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희룡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무차별 총기난사”라며 “자기는 옳다는 주장을 하느라 동지를 야당의 특검 대상으로 던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해당 폭로에 대해 수사대상이라고 비판한 페이스북 글을 캡쳐해 직접 올리기까지 했다. 

윤상현 후보는 전날 수도권지역 합동연설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의 폭로로 야권의 공세가 더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선 넘는 발언을 조심해야겠다고 느낀다”며 “우리 스스로 자중하자. 까딱 잘못하다 야당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성동·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에 가세했다. 계파색이 옅은 이양수 의원조차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전략상 실점한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을 재판받는 의원들이 30명인데, 그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한홍 의원도 당 전체가 싸운 것을 개인의 비리로 본다며 비판하는 글을 이날 여당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올렸고, 일부 의원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판여론이 거세게 몰아치자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어 전날 발언에 대해 ‘“왜 법무부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장관이지만 개별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라고 설명했다. 

사과문에서 한 후보와 공방을 주고 받은 당사자인 나 후보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향해 사과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며 “당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가 하루 만에 사과에 나선 데는 ‘이탈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나 후보가 덕분에 결선 갈 확률이 높아졌다고 한다”며 “개인적인 청탁이었다면 문제가 커지는데 사실 역풍이 상당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사실은 이것은 한 후보가 같이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치고 빠지기 전략을 취한 것”이라며 “미리 계획한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게 중심은 윤석열 대통령에서 한 후보로 옮겨갔다”며 대세론을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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