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여야가 협치의 물꼬를 트면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직접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책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 특별법의 큰 축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운영을 위해선 안정적 전력수급이 가장 시급한 난제로 꼽힌다. 송전망 확충이 절실하지만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22대 국회가 정쟁으로 공회전하며 성과 ‘제로’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여야는 민생법안에 대해 협치하자며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나서는 등 민생·경제 법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한 대표는 그간 여당에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며 이를 당론으로 발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 산업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반도체 산업 관련 규제 일원화와 신속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겠다”며 “반도체 산업을 위한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일원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2대 국회 시작 후 여당에서는 고동진·박수영·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야당에서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발의한 법안명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큰 골자는 같다.
여야의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도 김 의원의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반도체 특별법’을 제안하며 이런 정책 드라이브에 동참했다. 이 후보는 “국회 산자위 위원으로서 세계 최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단지 조성 사업이 계획대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에 노란불
반도체 특별법의 또 다른 큰 축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 설치비용 지원’이다. 현재 2027년을 목표로 조성에 한창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가장 큰 난제는 ‘전력수급’으로 꼽힌다. 클러스터 한 곳에서만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GW의 전력 수요가 예상되면서다.
현재 수도권도 지방의 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 쓰는 상황에서 용인에 위치한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정부는 산단 내 3GW급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나머지 7GW 전력은 호남권 태양광 발전소와 동해안 원전의 전기를 수급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7GW의 전력을 호남과 동해안에서부터 용인까지 옮길 송전망 구축도 함께 진행되어야 하지만 적기에 준공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밀양 송전탑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주민과의 분쟁의 우려가 있어 단시간에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6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전력망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및 과제’ 포럼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바 있는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송전탑 구축에 있어)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전력 수급 문제에 있어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했던 대로 되는 게 제일 중요하겠지만 수급이 안 되는 것에 대한 플랜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동진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으로 전력망 구축에 드는 시간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밀양 송전탑 사건 때문에 (송전망 구축이) 4년이 지체된 적 이 있다”며 “이것을 한국전력에만 맡겨 놓지 말고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를 통해) 국가 주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전력망 문제에 대해 주무부처가 산업자원부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나뉘어 시간이 걸리는 문제도 특위를 통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