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정부가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치로 8만㏊를 제시한 가운데, 일각에서 쌀값 폭등과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해당 제도가 쌀값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일축했지만, 관련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뭐길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올해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올해 재배면적 감축 목표치는 8만㏊다. 이는 작년 벼 재배면적(69만8,000㏊)의 1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매년 발생하는 구조적인 공급과잉 물량 20~25만톤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선 최소 5만㏊ 수준의 재배면적 감축이 필요하다”면서 “예상되는 벼 회귀 면적, 감축 이행률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목표를 8만㏊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이 쌀값 폭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서 쌀 재배면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에서 쌀값이 폭등한 이유와 관련해 여러 원인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생산조정 정책을 지속 시행해 온 데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국 산지 평균 쌀 가격은 80kg당 19만6,84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7만원대까지 폭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안정된 추세다. 2025년산 벼 재배의향면적은 66만3,000㏊로 전년 대비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때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4.1% 감소한 344만톤으로 전망된다.
통상 정부는 쌀값 목표로 20만원을 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쌀 재배면적을 8만㏊까지 줄일 경우, 하락한 쌀값을 안정시키려다 오히려 폭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 재배면적 조정제 두고 ‘갑론을박’… “식량안보 위협” vs “초과 생산 해소”
정부는 각종 의혹 진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일본의 급격한 쌀값 상승은 대지진 우려로 인한 사재기, 관광 산업 회복으로 인한 외국인 수요 증가 등 일시적인 수요 증가와 유통 흐름 정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면서 “일본의 특수한 상황은 현재 우리나라의 쌀 수급 상황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쌀 소비가 매년 가파르게 감소해 평년작 기준으로 초과 생산량이 20만톤 이상 발생하는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로, 일시적인 수요 증가 대응보다는 초과 생산 해소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00년 93.6kg에 달했던 1인당 평균 연간 쌀 소비량은 △72.8kg(2010년) △57.7kg(2020년) △55.8kg(2024년)까지 하락했다.
정부는 “올해 벼 재배의향면적이 66만3,000㏊로 줄더라도 여전히 공급과잉인 상태”라면서 “2020년산 쌀과 같이 쌀 생산량이 급감하거나,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인해 쌀 수요량이 급등하는 경우 정부 양곡 공급 등으로 쌀값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쌀 재배면적 감축 제도가 강제적‧일방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에 나섰다. 과거 적정생산 대책은 자율 신청을 중심으로 추진돼 재배면적 감축 효과가 반감된 가운데, 이번 제도는 시도별 감축 목표 면적을 할당하고 각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전략작물‧자율감축 등 프로그램을 이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벼 재배면적 감축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언급하지만, 감축 실적이 부진한 지자체의 공공비축미 배정을 축소하는 패널티 방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쌀 생산의 구조적 과잉 상태의 원인에 매년 들여오는 의무 수입량 40만8,700톤이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쌀값 폭락은 몇 년 전부터 지속 제기되던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쌀 생산량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식량안보와 상충하는 정책이 아니다”면서 “전략작물 재배, 휴경 등 ‘논’의 형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개입이 계속된다면 결국 쌀 과잉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고, 쌀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쌀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생산을 줄이고 고품질 생산 체계로 전환해야 쌀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