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지영 기자 #까치산시장에서 떡집을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규동(79) 씨는 지난달 떡값을 500원 올렸다. 그는 “우리는 조금 올린 편”이라며, “그래도 아쉬워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떡집을 함께 운영하는 그의 아들 천창대(48) 씨도 “경기도 구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지인도 1,000원 올렸다”며 “손님 눈치가 보여 올리지 못하는 가게가 많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쌀값 인상과 공급 불안으로 쌀가공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20kg 산지 쌀 가격은 5만5,810원으로, 직전 조사인 지난달 25일보다 2.16%(1,180원)이 올랐다. 월별 추이로 보면 지난 7월 5일 기준 5만1,345원에서 8월 5일 5만2,900원으로 3.03%이었던 증가폭이 5.50%로 더욱 커졌다.
소매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kg 소매가는 지난 15일 기준 6만1,398원에서 22일 기준 6만3,991원으로 올라 일주일 만에 2,500원이 넘게 올랐다.
◇ 정부 예측 빗나가… 쌀가공업체도 공급 불안
쌀값 인상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과도하게 많은 쌀을 비축한 것이다. 정부는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초과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을 시장에서 격리해 정부양곡으로 관리한다. 정부는 2023년 쌀 생산량을 기반으로 지난해 12만8,000t(톤) 가량의 쌀이 초과 생산될 것으로 예측해, 20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다.
그런데 이상기상과 벼 재배면적 조정제 등으로 지난해 쌀 생산량은 전년(370만2,000t) 대비 3.2% 감소한 358만5,000t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초과분은 5만6,000t에 불과해 과도한 양의 쌀을 정부가 비축하게 됐다. 여기에 올여름 잦은 비의 영향으로 조생종(비교적 이른 시기에 수확되는 품종) 벼 수확도 늦어지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은 더욱 부족해졌다.
정부 비축미를 시장에 풀면 해결될 일 같지만, 수확기를 앞두고 지나치게 많은 양의 쌀을 시장에 내놓게 되면 쌀값이 폭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쌀가공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전통주(지역특산주)는 국가 지정 장인 또는 식품명인이 만들거나, 제조장 소재지나 인접한 지자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포함해야 한다. 원료 선택지가 좁기 때문에 공급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증류주 전문 전통주 기업 미음넷증류소는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지역농협으로부터 공급받아왔는데, 8월에 쌀 공급 중단을 통보받고 현재 증류주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 쌀가공식품산업 고려한 대책 있어야
정부는 지난달 가정용 쌀 3만t과 가공용 쌀 5만t을 공급하고, 지난 12일 2만5,000t을 추가 방출한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농식품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햅쌀이 본격 출하되는 10월 중순까지 소비자 체감 쌀값이 안정될 것”이라며 “업체들은 대여한만큼 햅쌀로 반납해야 하기에 수확기 쌀값에도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익명을 요청한 지역양조장 관계자는 “추가방출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제조업은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중요한데, 불안해서 사업을 하겠나”라고 호소했다. 지역양조장 등 쌀가공업체는 주로 시중 쌀보다 저렴한 정부양곡을 사용하는데, 앞서 2023년 정부는 쌀 가공식품의 민간 신곡 사용량을 높이기 위해 연간 35만t 공급되던 가공용 쌀 물량을 29년까지 30만톤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는 지난해(35만8,000톤)보다 5.0% 감소한 34만t의 가공용 쌀이 공급됐다.
정부 기조가 정부 양곡 축소인 반면, 가공용 쌀의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체부문(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에서 소비한 쌀은 87만 3,363t으로, 전년대비 5만6,242t 증가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약 3억달러(한화 약 4,050억원)로, 전년 2억1,720만달러(한화 약 2,935억원) 대비 38.4% 증가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윤재돈 상무는 22일 시사위크와의 전화에서 “지금까지의 쌀가공산업은 쌀 수급 조절에 초점을 두고 육성돼왔다”며 “이제는 쌀가공산업을 단순히 남는 쌀을 소비하는 방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원료의 안정적 수급이 필수적인데 가공용 쌀 전용 재배단지 또는 계약 재배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