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일양약품이 회계처리기준 위반 적발에 따른 후폭풍을 거듭 마주하고 있다. 이번엔 ESG평가결과가 최하등급으로 떨어지기에 이른 모습이다. 어수선한 가운데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한 오너일가 3세 정유석 사장의 당면과제가 한층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금융당국 제재에 등급 하향… 거듭되는 후폭풍
국내 대표 ESG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은 최근 2025년도 평가 결과를 공표했다.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11월 코스피 상장사와 일부 코스닥 상장사 등 1,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평가를 실시하며, E(환경)·S(사회)·G(지배구조) 및 통합부문에 대해 등급을 부여한다. 등급은 가장 높은 S+부터 A+,A, B+, B, C, D 등 7개로 나뉜다.
한국ESG기준원은 이번 발표에 앞서 정기 ESG등급 조정을 단행했다. 2분기 등급 조정 이후 확인된 ESG 위험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등급 조정을 통해 ESG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은 총 26개사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중견제약사 일양약품이다. 일양약품은 26개사 중 유일하게 통합부문이 최하등급인 D등급으로 추락했다. 기존엔 통합 C등급이었는데, B등급이었던 G부문이 D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통합 등급도 떨어졌다.
일양약품의 ESG평가 등급이 조정된 이유는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9월 일양약품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연결대상 종속회사가 아닌 회사를 연결대상에 포함시켜 연결당기순이익 등을 과대계상하고, 감사인에게 위조된 서류를 제출해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에 대한 제재 조치였다.
증선위는 감사인 지정 3년과 과징금 부과는 물론, 당시 일양약품 공동대표였던 김동연 부회장과 정유석 사장, 그리고 담당임원에 대해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의 제재를 결정했다. 또한 이들 3명을 모두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후 금융위는 일양약품에 62억3,000만원, 공동대표 등 3명에게 총 12억6,000만원 등 74억9,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일양약품은 앞서도 이 같은 제재로 거센 후폭풍을 마주한 바 있다. 우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심의 절차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코스피시장본부는 일양약품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했고, 이후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4개월의 개선기간 부여가 이뤄진 상태다.
또한 일양약품은 지난달 김동연 부회장이 대표 자리를 내려놓는 큰 변화를 겪기도 했다. 1976년 연구원으로 입사한 김동연 부회장은 49년간 일양약품에 재직한 ‘일양맨’일 뿐 아니라 18년간 대표 자리를 지켜온 업계 대표 ‘장수 전문경영인’이다. 올해 3월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임기를 3년 더 늘린 바 있는 김동연 부회장의 급작스런 사임으로 일양약품은 오너일가 3세 정유석 사장이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 역시 회계처리기준 위반 적발 및 제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양약품은 앞서도 ESG평가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2020년 B등급이었던 통합등급이 2021년 C등급으로 떨어졌고, 이후 줄곧 C등급을 지켜왔다. C등급은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어 이번에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하는 최하등급 D등급으로 떨어지면서 ESG경영 강화가 시급한 당면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기에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해 까다로운 현안이 산적한 정유석 사장이 또 하나의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된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