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제약사 일양약품이 뒤숭숭한 가운데 큰 변화를 맞았다. 무려 49년간 일양약품에 몸담으며 업계를 대표하는 장수 CEO로 자리매김했던 김동연 부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오너일가 3세 정유석 사장이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회계위반 파문의 책임을 지는 차원으로 풀이되는데, 정유석 사장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 김동연 부회장 대표직 전격 사임… 정유석 사장 행보 ‘주목’
1946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79주년을 맞은 일양약품이 큰 변화를 맞았다.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김동연 부회장이 지난 17일 대표 자리에서 전격 사임한 것이다.
1976년 연구원으로 입사한 김동연 부회장은 49년간 일양약품과 함께해온 ‘일양맨’이다. 2008년 3월 오너일가 2세 정도언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대표 자리에 올랐고, 2013년 정도언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자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2023년 다시 오너일가 3세 정유석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햇수로 18년간 대표 자리를 지키며 업계를 대표하는 장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고, 특히 오너일가 2세 시대에서 3세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동연 부회장의 대표직 사임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그는 올해 3월 개최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3년 임기로 재선임되며 ‘일양맨’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 타이틀에 다가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7개월여 만에 ‘장수 행보’를 멈추고 말았다.
이는 최근 불거진 회계위반 파문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달 일양약품의 회계기준 위반에 대한 조치를 결정했다. 증선위는 감사인 지정 3년과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고, 김동연 부회장·정유석 사장·담당임원 등에 대해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리는 한편 검찰 통보하기로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위반이 적발되면서 일양약품은 상장폐지 위기에도 직면하게 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코스피시장본부는 이달 초 일양약품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했다.
일양약품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는 중국 합자회사 실적을 자사 실적에 부당하게 포함시켜 과대계상한 것을 골자로 한다. 증선위는 10년에 걸쳐 1조1,497억원이 과대계상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진 건 2014년부터 2023년까지로, 김동연 부회장이 단독대표를 맡고 있던 시기에 해당한다.
가뜩이나 회계기준 위반 적발과 그에 따른 상장폐지 위기로 뒤숭숭한 가운데 급작스럽게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하게 된 정유석 사장은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됐다. 오너일가 3세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당장 혼란과 후폭풍을 수습하고,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중대한 당면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실적과 지분 승계 등도 여전히 지니고 있는 과제다.
일양약품은 정유석 사장이 대표 자리에 오른 전후로 뒤숭숭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무혐의로 마무리됐으나 코로나19 시기 불거진 주가조작 혐의로 한동안 큰 파문에 휩싸였고, 회계기준 위반과 얽혀있는 합자회사의 실적을 제외하면서 매출 규모 등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문제들까지 더해진 모습이다.
이제는 단독대표로 더욱 책임이 막중해진 정유석 사장이 난관을 헤치고 일양약품에 안정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