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FIR, 1963년 ICAO가 지정… 중국, ICAO 가입 후 불만 표출
1983년, ICAO 중재 통해 ‘아카라-후쿠에 항로’ 합의… 관제권, 중·일 위주로
국토부 “중국과 관제 기술적인 문제 협의 중, 올해 안에 합의 마무리 목표”

진에어가 제재에 묶여 있는 가운데, LCC업계 구도 재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제주남단 회랑항로 내 관제를 중국과 일본이 맡고 있어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2018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으며 올해 내 제주남단 회랑항로의 관제권을 모두 돌려받기 위해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중국이 상하이와 인천을 오갈 때 이용되는 제주남단 회랑항로와 관련해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행태를 30여년 동안 이어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남단 회랑항로는 인천 비행정보구역(FIR)에 속하는 공역으로 한국이 관리하는 구역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해당 항로를 이용해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편에 대해 한국으로 관제권을 넘기지 않고 바로 일본 측과 교신을 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공역 일부에 대해 상하이 관제소가 관제를 맡으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항공사 측에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한·중·일 3국의 협의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관제권 회수 완료까지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FIR과 회랑항로(Corridor)는 유엔(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설정한다. FIR은 각 국가의 항공교통관제업무와 사고 시 구조업무 등과 관련해 항공기 통행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구간을 나누는 것이다. 회랑항로란 항로설정이 곤란한 특수여건에서 특정 고도로만 비행이 가능한 구역을 의미한다. 인천FIR은 1963년에 설정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FIR에 속한 제주남단 회랑항로에서의 관제는 한국이 아닌 중국과 일본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중국이 한국보다 늦은 시기인 1970년대 들어 ICAO에 가입한 후 발생했다. 당시 중국은 일본을 오가는 최단거리 항공 노선을 필요로 했고, ICAO 측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ICAO는 1983년 한·중·일 3개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상하이FIR의 아카라에서 인천FIR을 지나 후쿠오카FIR에 위치한 후쿠에까지 구간 ‘아카라-후쿠에 회랑항로(A593)’를 신설했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였으며 수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중국은 한국 공역을 통과함에도 인천 관제소와 교신하는 것을 반대해 ICAO는 동경 125도(SADLI 지점)를 중심으로 서쪽은 중국이, 동쪽은 일본이 관제하는 것으로 중재했다. 이렇게 확정된 관제권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경 125도 기준, 서쪽으로 약 99km까지는 인천FIR에 해당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제주남단 회랑항로는 한국 공역임에도 중국이 동경 125도에서부터 인천FIR을 벗어날 때까지 관제를 맡아 이 구역을 운항하는 항공사 측으로 항행서비스이용료(관제서비스 비용)을 징수하고 있는 것다는 점이다. 중국의 이러한 행태로 한국의 항공사들은 매년 중국 측에 비용을 지불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2018년 초 기준 지난 5년간 해당 항로를 이용하면서 상하이 관제소의 관제서비스를 받은 명목으로 129억원을 중국 측에 지불했으며, 아시아나항공 등 해당 항로를 운항하는 항공사 역시 관제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오고 있다. 반면 일본은 중국과 같은 통행료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한 이 구간은 280NM(노티컬마일·해리, 약 515km)로 상대적으로 짧은 구간임에도 관제 주파수가 2회 변동되는 점과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항공편이 증가함에 따라 교차지점에서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동남아 노선(Y711·722)과 A593이 교차하는 지점의 항공기 운항대수는 한 해 약 19만대, 하루 평균 523대에 육박한다.

교차지점의 항공기 운항대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지만 인천FIR 내 A593 항로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관제를, Y711·722 노선은 한국이 맡는 등 따로 노는 모습 때문에 항공기 사고위험도가 국제기준치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ICAO의 도움을 받아 제주 남단회랑의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중·일 특별회의를 지난 2018년 10월 개최했다. 당시 ICAO 측은 “서로 교차하는 항로를 2개의 관제기관(국가)가 담당함에 따라 안전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항공회랑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인천FIR 내 관제권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지난해 1월 중국 베이징 △3월 일본 도쿄 △7월 제주 △11월 방콕에서 총 4차례에 걸쳐 한·중·일 실무그룹 회의가 열렸다. 같은 해 11월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현재 항공교통관제를 나눠 맡은 제주남단 회랑항로의 관제권을 한국에 모두 이관하기로 했다.

양국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진 것과 관련해 올루무이와 버나드 알리우 ICAO 이사회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가 2020년 1월 또는 2월에 공식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4월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도 제주남단 회랑항로 관제권을 한국에 이관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는 했으나 아직 양국 간 협의할 부분이 남아있어 관제권 회수 완료까지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3개 국가의 합의와 함께 A593 항로에서의 사고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한∼중 노선을 신설하고, 중∼일 노선을 복선화 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올해 1분기, 전 세계의 국제 항로가 잠정 운항 중단되고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3국의 대면 협의는 중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ICAO에서 잠정 타협안을 마련해 발표했고, 이 타협안을 기준으로 3국이 협의 중에 있다”며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회의를 열기 힘들어 서한 또는 이메일을 통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는 해당 협의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현재 긍정적인 답변을 해 왔으나, 중국 측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협의가 남아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선 계속 협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