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의 최종 후보 2명 선출을 위한 제2차 라운드가 6일 마감된다. 여기서 유명희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종 2인'에 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유 본부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으로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의 최종 후보 2명 선출을 위한 제2차 라운드가 6일 마감된다. 여기서 유명희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종 2인'에 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유 본부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으로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위해 출국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제2차 라운드가 6일 마감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추석 연휴 기간 유럽으로 이동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막판지지 교섭 활동을 벌였다. 2차 라운드에서는 5명의 후보 중 최종 후보 2명을 가려낸다. 최종 라운드 진출자 2명은 이르면 8일쯤 발표될 것으로 전해진다. 유 본부장은 최종 2명에 진입할 수 있을까.

◇ “성별·지역보다 실력”… 다자무역주의 회복 기조

유명희 본부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와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해 선거 활동을 펼쳤다. 유 본부장이 제네바를 방문한 것은 지난 6월 입후보 이후 세 번째로, 이곳에서 15개국 장관급 인사와 제네바 주재 WTO 대사들을 만났다. 상당수 회원국은 유 본부장의 WTO 개혁 방향에 대해 전반적인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2차 라운드에 진출한 후보는 유 본부장, 응고지 오콘조이웰라(여·나이지리아) 전 세계은행(WB) 전무, 아미나 모하메드(여·케냐) 전 WTO 각료회의 의장,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남·사우디아라비아) 경제·기획부 장관, 리암 폭스(남·영국) 국제통상부 장관 등 5명이다. 2차 라운드 선출 협의는 164개 각 회원국별로 선호하는 1~2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구도는 유 본부장을 포함한 여성 3파전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 3명이 탈락하고, 남은 2명이 최종 라운드로 간다.

유 본부장은 앞서 지역, 성별 등의 정치적 고려보다 실력으로 대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8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력 경쟁자로 꼽히는 오콘조이웰라 전무와 모하메드 의장 등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라 WTO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이므로 실제 WTO 개혁 성과를 낼 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게 회원국들의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타 후보자는 출신 국가가 속한 지역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유 본부장은 WTO 선거전을 위해 개설한 홈페이지에 ‘대한민국의 첫 여성 통상장관으로서 혁신가, 협상가, 전략가, 개척자’라고 소개했고, 25년간 통상분야에서 활동했다는 오랜 경험을 강조했다. 또 ▲시기적절한(relevant) ▲회복력(resilient) ▲대응력(responsive) 등 3R로 표현되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WTO에서 핵심가치로 삼는 다자무역체계를 겨냥해 현 상황에 가장 필요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즉 유 본부장이 강조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손상된 WTO의 기능을 회복하고, 다자 무역시스템의 신뢰도 회복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 전문가이자 오랜 협상 경험을 지닌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오후 서울 쉐라톤 강남 팰리스호텔 체리룸에서 강호민 대한상공회의소 전무, 강성룡 산업기술진흥원 단장, 양승욱 중소벤처기업부 과장 등 한국측 정부대표단과 베트남,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세안(ASEAN) 10개국 경제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7차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후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 합의한 한-아세안 산업혁신기구(AKIIC) 및 한-아세안 표준화 공동연구센터(AKSRC) 설립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및 추가자유화’등에 관해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뉴시스
유명희 본부장(사진)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려면 오는 8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후보자 2인'에 들어야 한다. 현재 나이지리아와 케냐 후보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유 본부장이 이 후보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에 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뉴시스

◇ 미국·중국·EU의 의중은 어디?

사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는 그간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재임한 적 없다는 것 때문에 ‘아프리카 대세론’ 관측이 무성했다. 2라운드도 ‘여성 3파전’이라고 했지만, 이 중 2명은 나이지리아와 케냐 출신이다. 유 본부장은 나이지리아와 케냐 후보를 제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아프리카 지역 회원국의 지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를 제외하면 중앙아시아와 독립국가연합(CSI)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세계무역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중국의 의중은 WTO 사무총장 선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2차 라운드에서는 이들은 어느 한쪽 후보를 지지하는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중국은 대외확장 프로젝트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은 WTO를 통한 무역통상규범의 수호를 중시해 유 본부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데, 이는 WTO 사무총장 최종 선출이 끝나기 전이다. 미국 대선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후보는 다자무역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이며, WTO 개편을 통한 다자무역주의 재건을 주도할 확률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WTO와 지속적으로 마찰해온 이력이 있고, WTO 탈퇴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바이든이 당선되면 WTO 체제를 통한 중국 견제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유 본부장을 선택할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U의 경우 사무총장 2차 라운드에서 한국과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블룸버그는 EU 회원국 대표들이 오는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전무를 WTO 사무총장 후보로 지지하는 계획을 승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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