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한국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요구한 바 있으나, 일본 측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본 정부는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WTO 제소 절차 재개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22일 양국 정부는 수출관리 현안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이 기간 동안에는 WTO 제소 절차를 잠정 정지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산업부는 일본 측에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답변 시한을 지난달 31일까지로 못박았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지난해에 제기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등의 사유는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나 실장은 “일본 측의 답변은 있었지만 우리가 기대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산업부는 양국 간 정상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한일 갈등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통상 WTO 재판에는 1~2년이 소요된다. 결과에 불복해 상소기구로 사건이 올라가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3~4년이 걸리기도 한다. 앞서 우리나라가 승소한 한·일 양국 간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소송도 총 4년이 소요됐다.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패널이 구성되면 분쟁 당사국과 제3국이 참여하는 패널심리가 진행된다. 심리 후 당사국은 패널보고서를 제출하고, 분쟁해결기구가 해당 보고서를 채택하면 재판은 끝난다.
문제는 WTO 상소기구 위원들의 임기가 끝난 상태라 지난해 말부터 무역분쟁 해결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점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 위원들의 선임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제소 절차 재개는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보다는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WTO 제소는 여전히 일본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상소기구가 없다고 해도 WTO 회원국들이 참여한 다자간 임시상소중재제도(MPIA)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할 경우 소송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 실장은 “상소기구가 폐지된다고 해도 회원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지금 제소하면 1년이 넘게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그런 상황을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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