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왜건 차종은 볼보와 푸조, BMW 3개사에서만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볼보 V60CC(위), 푸조 뉴 508SW(왼쪽 아래), BMW 뉴 3시리즈 투어링(오른쪽 아래). / 각 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왜건은 세단의 안락한 승차감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넓은 적재공간 등 각각의 장점을 집약한 차종이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왜건의 무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으며, 실제로 그간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내놓은 왜건은 성적이 저조했다. 그 결과 현재 국산 왜건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서 국내 시장에 출시해 판매하는 왜건 차종은 유독 잘 팔리면서 ‘수입차 독점 시장’을 구축했다.

◇ i40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산 왜건’ 

왜건은 세단 형태에서 트렁크 공간을 확장하면서 후면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간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출시한 왜건 차량은 △i40 △i30cw △아반떼 투어링(이상 현대차) △크레도스 파크타운(기아차) △라세티 왜건(한국GM) 등이 있다. 해당 차종들은 모두 단종 된 상태로,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1999년 아반떼 투어링 단종 이후 다시 한 번 왜건을 개발, 2008년 말 i30cw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i30cw는 해치백 차량인 i30의 파생형 상품으로,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축거)를 늘리고 적재공간을 조금 더 확보한 모델이다. 하지만 판매대수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며, 2011년을 끝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현대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정통 왜건 차량 i40를 추가로 출시해 국내 왜건 시장을 키우려 했었다. i40는 2011년 9월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출시 당시 현대차 측에서는 연말까지 약 8,000대를 목표치라고 발표했으나, 2011년 12월까지 4개월 동안 판매대수는 1,296대로 기대치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i40 판매량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당시 왜건이라는 차량이 국내 소비자에게 생소했던 점과 함께 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임에도 높은 판매가격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2012년 1만341대로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여기에는 세단형 모델인 i40살룬이 포함된 판매대수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기본형 모델인 i40 왜건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왜건 모델의 연간 판매대수는 5,000여대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후 2013년 i40 판매대수는 5,825대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2016년 1,291대 △2017년 327대 △2018년 213대로 연간 판매량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에 들어서는 상반기 동안 판매대수가 61대로, 월 평균 10대 판매량을 기록, 결국 같은 해 7월 조용히 역사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해 3월 V60CC를 국내 출시한 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 볼보자동차코리아

◇ 볼보·푸조·BMW 왜건, 국내 시장서 3파전… V60CC는 대기만 1년

국산 왜건이 자취를 감춘 현재, 그 자리는 수입차 브랜드가 독식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도 왜건 모델을 한국시장에 판매하는 브랜드는 볼보자동차와 푸조, BMW 3개사뿐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열린 것이다.

특히 수입 왜건 중에서도 볼보의 인기가 유독 높다. 볼보의 왜건 차종인 V시리즈는 볼보 판매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V60크로스컨트리(CC)는 지난해 980대 판매에 이어, 올해 1~10월 누적 판매대수가 1,723대로 판매량이 상승세에 있다. 이는 볼보의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1만179대의 16.93%를 차지하는 정도로, 볼보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볼보 차종 중에서도 SUV 모델 XC60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준대형 왜건 V90CC의 판매대수 367대까지 합산하면, 볼보 왜건(CC)의 입지는 총 판매대수의 20.53%로 더욱 커진다. 이로써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3월, V60CC 출시행사에서 목표치로 내세운 “자사 전체 판매량의 20%를 크로스컨트리로 채우겠다”는 다짐을 실현시켰다.

V60CC와 V90CC는 현재 계약을 진행한 후 대기하고 있는 고객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연말까지 판매대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V60CC나 V90CC를 구매하기 위해 전시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넉넉잡아 1년 정도는 대기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볼보자동차 전시장 관계자는 “현재 볼보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선 대부분 대기 기간으로 반년 이상 정도는 예상을 해야 한다”며 “왜건 모델인 V60CC는 10개월 전후, V90CC는 반년 정도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대기고객이 몰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볼보가 한국 왜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BMW와 푸조도 왜건 모델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BMW가 지난 7월 6세대 3시리즈 투어링을 국내에 들여왔다. / BMW그룹코리아

BMW는 지난 7월, 풀체인지를 거친 6세대 3시리즈 투어링을 출시했다. BMW 3시리즈 투어링은 지난 3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170만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이번 뉴 3시리즈 투어링은 풀체인지를 통해 이전보다 차체가 △전장 76㎜ △전폭 16㎜ △휠베이스 41㎜ 늘어났다. 여기에 차체강성을 25% 높이고, 앞뒤 무게배분을 50대50으로 조정해 조향성능도 개선했다. 적재공간은 기본 500ℓ이며,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최대 1,510ℓ까지 넓어진다.

뉴 3시리즈 투어링은 가솔린과 디젤 모델이 있으며, 가솔린 모델은 고성능 모델 M340i x드라이브 모델도 존재해 다목적 효율성과 함께 스포츠 드라이빙까지 가능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M340i x드라이브는 출고가가 8,000만원에 달해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X3나 X4 같은 SUV를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양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 출시 후 10월까지 BMW 뉴 3시리즈 투어링의 판매대수는 △7월 26대 △8월 24대 △9월 41대 △10월 44대 등 총 135대가 판매됐다. 아주 많은 판매대수는 아니지만 소폭 상승세를 보이는 점은 기대할만 하다.

푸조가 2세대 508SW를 지난해 7월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직전 모델보다 더 샤프해졌으며, 왜건의 투박함을 지웠다. / 한불모터스

푸조는 2세대 뉴 푸조 508SW를 지난해 7월 국내 시장에 내놨다. 5도어 패스트백 세단인 ‘뉴 508’의 왜건형 모델로, 전장이 세단보다 30㎜ 길어졌다. 덕분에 기본 트렁크 용량은 530ℓ로 세단보다 43ℓ 넓고, 2열 좌석을 접으면 용량은 1,780ℓ까지 늘어난다. 국내에서는 2.0ℓ 디젤 GT라인 단일 트림이 판매되고 있다.

뉴 푸조 508SW는 정통 왜건으로, 유럽 소비자들의 기준을 충족시킨 차량이다. 유럽에서 508SW의 판매 비중은 508 세단 모델보다 크지는 않으나, 세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많다. 그만큼 왜건에 특화된 공간 활용성과 다양한 편의 품목이 많아서다.

‘왜건 불모지’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한불모터스는 매년 왜건형 차종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2세대 508SW 외에도 그간 한불모터스가 들여온 푸조 왜건모델은 △2004년 407SW·206SW △2006년 307SW △2008년 207SW·308SW △2011년 508SW(1세대) △2016년 508RXH 등이 있다.

푸조 왜건 모델 중 2006년 10월에 국내 도입돼 판매가 시작된 307SW는 출시 1년 만에 1,000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2007년 1,007대)하면서 수입 디젤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2007년 푸조의 총 판매대수는 2,712대로, 전년 대비 81.3% 성장하는데 왜건 모델인 307SW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307SW는 수입차임에도 3,00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 왜건이라는 실용성에 더해 디젤의 높은 연비, 최고출력 138마력의 성능, 지붕이 온통 유리로 덮인 파노라마 루프, 그리고 당시 수입차에는 거의 없었던 터치스크린 방식 디엠비(DMB) 내비게이션이 탑재되는 등 상품성이 뛰어났다.

또한 푸조 관계자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푸조의 왜건 모델 판매대수는 308SW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761대가 판매됐으며, 1세대 508SW가 2014~2017년 기간 264대, 508RXH는 2016~2017년 52대 등이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도입해 판매 중인 2세대 508SW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64대가 판매됐다.

아주 많은 양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왜건 모델을 판매하고자 노력하는 한불모터스의 모습은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과 동시에 왜건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볼보의 왜건형 차량 V시리즈 판매량이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도 이제는 왜건이 통하는 정도로 소비패턴이 다양해졌다”며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왜건 판매를 시도하고 포기하는 것을 반복했었는데, V시리즈 판매량으로 왜건도 가격과 상품성이 소비자 기준에 충족된다면 준수한 성적을 달성할 수 있음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왜건의 경쟁모델로는 국산차가 없는 만큼 볼보의 V시리즈만 견제할 수 있다면 준수한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향후 왜건 시장은 성장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