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AI가 가사일을 돕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한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많은 국내외 업체들이 AI기술 기반의 가사일 도우미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몰리 로보틱스, CES 영상 캡처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줄게.” 70~80년대 한국 고전영화나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청혼할 때 자주 등장하던 대사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으로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도, 공감되지도 않는 말이다.

하지만 요리와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을 하면서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는 전업주부들은 이 닭살 돋는 멘트가 여전히 ‘로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CES 2021’에서 공개된 ICT기술혁신을 살펴보면 지키기 어려운 이 약속을 인공지능(AI)이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을 듯하다.

◇ “요리하고 반려견 돌보고”… 가사일 책임지는 AI 

지난 11일 개막한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의 주요 트렌드는 ‘가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언택트’ 생활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택트 트렌드 확산으로 외식, 외박의 횟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집안일이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1,500명 중 75.1%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한 이로 인해 가족간 갈등 역시 증가했는데 갈등 원인 중 1위가 가사노동 증가로 인한 문제 (27.8%)인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에 참가한 글로벌 IT기업들이 선보인 ‘가사 도우미 로봇’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영국에 본사를 둔 로봇 제작기업 ‘몰리 로보틱스’에서 공개한 ‘몰리 키친’로봇을 공개했다. 사진은 몰리 키친이 요리를 하는 모습과 오나성된 요리의 모습./ 몰리 로보틱스

특히 영국에 본사를 둔 로봇 제작기업 ‘몰리 로보틱스’에서 공개한 ‘몰리 키친’ 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몰리 키친은 지난 2014년부터 러시아 컴퓨터 과학자 마크 올리닉(몰리 로보틱스 CEO)가 직접 개발한 로봇이다.

CES 2021에서 공개된 몰리키친은 사람처럼 두 개의 로봇팔과 관절형 손가락으로 구성됐다. 때문에 계란, 식기구 등 기존 로봇들이 잡기 어려웠던 물건들을 잡고 조리하는데 제약이 없다. 여기에 최대 5,000가지가 넘는 종류의 요리가 가능하며, 고객이 원하는 방식의 커스텀 조리법도 배우는 게 가능해 전 세계 가정주부들의 최고 난제인 ‘오늘 뭐먹지’에서 해방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몰리키친은 요리뿐만 아니라 △냉장고에서 재료 꺼내기 △불세기 조절 △수도꼭지로 냄비에 물 붓기 △재료 붓거나 섞기 △접시에 음식 담기 등 잡일도 수행이 가능해, 직접 요리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유용한 조수로도 사용가능하다. 요리가 끝나면 주방 표면을 닦고 자외선 조명을 이용해 소독을 하는 등 뒷정리도 책임진다.

몰리 로보틱스 마크 올리닉 대표는 “몰리 키친은 세계 최초의 소비자용 로봇 주방이며, 자동차, TV 및 컴퓨터와 같은 모든 획기적인 기술과 마찬가지로 전문가, 얼리어답터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는 생산량, 효율성 등 경제 규모를 고려해 향후 가격 인하와 동시에 제품의 추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국내기업들 역시 이번 CES 2021에서 집안일 로봇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주방일을 도울 수 있는 ‘삼성봇™ 핸디’(사진 위쪽)를, LG전자는 코로나 등 바이러스 및 세균을 소독할 수 있는 ‘LG 클로이 살균봇’(사진 아래)을 각각 소개했다./ CES 2021 영상 캡처

국내에서는 2021년 사업 트렌드를 ‘집(Home)’이라고 밝힌 삼성전자가 CES 2021에서 주방일을 도울 수 있는 로봇 ‘삼성봇™ 핸디’를 선보였다. CES 2021에서 최초 공개된 삼성봇™ 핸디는 스스로 물체의 위치나 형태 등을 인식해 잡거나 옮길 수 있으며 식사 전 테이블 세팅과 식사 후 식기 정리 등을 돕는다. LG전자도 코로나 등 바이러스 및 세균을 소독할 수 있는 ‘LG 클로이 살균봇’ 등 새 제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반려동물의 돌봄 역시 가사노동의 하나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등에 대한 돌봄 기능을 장착한 AI가 CES 2021에 등장에 화제가 됐다. 

국내 펫테크(Pet tech) 벤처기업 ‘너울정보’는 반려견의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AI기반 디바이스 ‘펫펄스’를 선보였다. 펫펄스는 반려견의 음성 및 활동데이터를 분석해 안정·불안·분노·슬픔·행복 등 5가지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반려견을 키우는 소비자들의 숫자가 많은 만큼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으며, 이번 CES 2021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너울정보는 견종별·크기별로 약 1만여건의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딥러닝을 통해 음성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너울정보 측에 따르면 펫펄스는 현재 80% 이상의 정확도를 확보한 상태다.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일 시 정확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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