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는 19일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불참과 한일정상회담 협상 결렬 소식을 전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는 19일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불참과 한일정상회담 협상 결렬 소식을 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한일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는 도쿄올림픽 개회식 4일 전인 19일 협상 결렬을 공식 발표하고 올림픽 불참을 확정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쿄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만큼, 일본이 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 선수단도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간 쌓아온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선전하고 건강하게 귀국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참석을 한일 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으려는 구상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의 망언 사태와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문 대통령의 화해 손짓은 무위로 돌아갔다. 한일정상회담이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2019년 12월이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취임 이후에는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다. 

◇ 한일 협상 중에도 일본은 ‘여론전’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번 도쿄올림픽이 한일 관계 회복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한일 관계 회복이 어렵더라도, 다음 정부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한일 정부 실무진들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우선 해제 등 정상회담 성과를 담보로 한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한일 실무진 간 협상은 조금씩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한일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 복원이라는 점에 뜻을 같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이 ‘문 대통령 방일 띄우기’를 하면서 한일은 2주 간 문 대통령 방일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방일이 기정사실인 양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협상에 유리하도록 여론전을 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가 총리는 도쿄도선거 참패, 무관중 올림픽, 코로나19 긴급사태 등으로 국내 정치적 입지가 불안하다. 이 때문에 한일정상회담을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청와대는 처음에는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일본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가 이어지자 “정치적 의도를 담은 보도”라며 비판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지난 11일 “최근 일본 언론을 보면 대통령의 올림픽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듯한 인상이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 ‘소마 망언’이 방일 무산의 결정적 원인

하지만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물밑 협상 막판에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가 문 대통령을 겨냥한 성적(性的) 망언을 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취한 것이 협상 결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어떠한 상황, 맥락하에서 한 것이라도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라면서도 소마 공사의 경질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라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측은 소마 공사에 대한 징계방침 발표를 방일 및 한미정상회담 조건으로 달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유감 표명에 그쳤고, ‘굴종 외교’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회담을 진행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는 향후 한일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한일 정상 간 만나게 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이 좋은 기회로 기대를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에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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