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채권 변제율 1,600억원 중 59억원 ‘3%대’, 채권단 2/3 동의 쉽지 않아
성정, 리스사 채권 변제율 부정적 의견에 “양보해라”… “3,000억 마련 가능”이랬는데
11월5일, 인수잔금 630억원 외 운영자금 387억원 조달 계획 깜깜이
다시 거론되는 광림컨소시엄… “차례 오면 재실사 등 인수작업 진행할 수도”

이스타항공이 국내 항공사 최초로 도입한 보잉 737MAX8 기재. /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성정과 채권단이 채권 변제율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이스타항공이 국내 항공사 최초로 도입한 보잉 737MAX8 기재. / 이스타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성정 측이 지난 6월 이스타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자금력에 대한 의문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리스사를 비롯해 채권단 측에서 현재의 회생채권 변제율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인수 파기’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성정 측의 입장 때문이다. 이러한 성정의 태도는 ‘이스타항공 인수 재검토’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양보를 강요하는 형국으로 보이기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성정이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변제한 회생채권 규모는 1,600억원 중 59억원 수준으로, 변제율 3.69%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항공기 리스사와 정유사·카드사 등의 2,600억원의 미확정 채권 변제에 98억원을 할당했는데, 이 역시 3.77% 수준에 그친다.

즉 4%에 미치지 못하는 변제율로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제율을 두고 리스사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계인 집회 전까지 리스사들이 채권 변제율을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의 3분의 2(66.7%) 이상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현재 성정의 낮은 채권 변제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리스사는 중국민생투자(中國民生投資, CMIG)로 알려진다. 중국민생투자에서는 항공업계 관행상 리스료는 임차인인 항공사가 전부 납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리스사 측의 부정적인 입장에 성정 측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리스사들이 채권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인수를 재검토 해야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리스사들의 양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낮은 변제율에 대해 채권단 측에 양보를 요청하는 것인데, 이는 성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의 태도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형남순 성정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재 등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은 다 넣겠다. 3,000억원을 마련할 정도의 여력은 있다”고 재력을 과시한 바 있다.

3,000억원이라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채권단 측의 낮은 채권 변제율 지적에는 불만을 표한 것은 물론, ‘계약 파기’라는 카드까지 내민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 찾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성정과 형남순 회장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형남순 성정 회장의 자금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시사위크DB

성정은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계약금 70억100만원을 지급한 상태다. 인수 잔금인 630억90만원의 납부기한은 11월 5일이다. 성정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인수 잔금은 모두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인수 비용을 전부 납입하더라도 인수금 700억원 외 추가적인 운영비용 387억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상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성정의 법률자문사 담당 변호사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협상과정이 쉽지만은 않긴 한데, 협상의 끈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 현재로써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는 힘든 상황이고, 만일 협상이 완료된다면 잔금 납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리스사 및 AOC문제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자꾸 발생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때(인터뷰 당시)는 그랬는데, 협상 상황이 며칠 사이에 빠르게 바뀌었다”며 “지금은 리스사 측에서 기사를 보고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상황이 달라진 점을 강조했다.

담당 변호사는 “예상치 못한 문제 중 하나인 AOC 발급은 시기의 문제인데, 성정은 당초 회생계획 인가까지 모두 완료가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국토교통부 측은 회생계획 인가 이후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해서 조금 지연이 됐다. 인수가 결정된 것이 6월인데, 그때부터 3개월 정도면 (AOC 발급을) 할 수 있었는데, 국토부에서 회생계획 인가가 되는 것을 보고 진행을 하자고 한 것이 예상치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정 측의 자금력 논란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면서 “인수자금 외 운영자금까지도 충분히 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성정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이스타항공 회생계획안 중 일부 내용이 명확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수자금 외 운영자금 387억원에 대해 ‘대여 등의 방식으로 납입’이라고 명시한 것이 그것이다.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모호한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담당 변호사는 “운영자금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현재 대여를 하고 있다”며 “어차피 계약금으로 제출한 70억원은 질권설정 돼 사용이 불가하다. 그래서 그와 별도로 이스타항공에 수십억원 수준의 자금을 대여해서 사무실도 얻고, (정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채권 변제율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전에 SM그룹이 인수한 대한해운의 경우 3%대의 변제율로 회생에 성공했고, STX조선해양도 7%대의 변제율이었다”며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콜롬비아항공사 경우 1% 변제율로 회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운·항공업은 장기 계약이기 때문에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채권까지 지금 당장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항공사는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 방식으로 빌려 쓰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소유 자산이 적고, 변제율이 낮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여전히 채권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를 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 일각에서는 차순위 협상자로 남아 있는 쌍방울의 계열사 광림컨소시엄에 차례가 넘어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광림이 이스타항공 인수 자격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은 성정이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다. 성정이 잔금을 치른 후에는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 동의율을 채우지 못해도 이미 차순위 협상자 지위가 박탈된다. 성정은 관계인 집회가 열리는 11월 12일의 5일 전(11월 5일)까지 잔급을 납부해야 하지만 그 전에 채권단 설득에 진전이 없으면 법원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쌍방울 측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단계”라면서도 “차례가 온다면 재실사 등을 통해 인수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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