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민 회장이 이끄는 명문제약이 매각 추진에 나섰다.
우석민 회장이 이끄는 명문제약이 매각 추진에 나섰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멀미약 ‘키미테’로 유명한 중견 제약사 명문제약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거듭된 실적 부진으로 끊이지 않던 매각설이 결국 현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부친의 뒤를 이어 제약업계 오너경영인으로 활동하며 최근 여러모로 안간힘을 써온 우석민 회장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 신라젠 품은 엠투엔, 명문제약도?

명문제약은 지난 4일, 최대주주 지분 매각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 답변에서 “당사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관련해 엠투엔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날 엠투엔 역시 조회공시 요구 답변을 통해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앞서도 제기된 바 있는 매각설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명문제약은 지난해 11월에도 매각설이 제기됐으며 이에 대해 “매각을 검토한 바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재차 “최대주주에게 문의한 결과, 지분매각이 논의된 적은 있으나 최종적으로 매각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명문제약이 매각 수순에 접어든 배경으로는 먼저 실적 및 경영 악화가 꼽힌다. 명문제약은 2016년 들어 1,400억원대로 올라섰던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1,278억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2019년 142억원, 2020년 2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 기간 당기순손실도 각각 208억원, 277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명문제약은 2019년 기준 총 부채가 1,460억원으로 증가하고, 부채비율도 190%에 이르는 등 경영지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제약 본업의 부진 뿐 아니라, 골프장 및 교육사업을 영위 중인 명문투자개발의 지속된 실적 악화, 그리고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로 인한 거액의 손실 등의 악재가 주 원인이었다.

이에 명문제약은 지난해 영업부를 영업대행사(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로 전환하고 유상증자 및 보유자산 매각을 단행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 또한 우석민 회장은 명문제약이 보유 중이던 자회사 명문투자개발 지분 일부를 직접 사들이며 사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인수 추진에 나선 쪽에서도 그만한 배경이 존재한다. 엠투엔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처남인 서홍민 리드코프 회장의 지배 하에 있는 기업으로, 최근 신라젠을 인수한 바 있다. 그런데 2016년 12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신라젠은 내년부터 연간 매출액이 30억원을 넘겨야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엠투엔이 신라젠의 매출 확보를 위해 명문제약을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문제약이 보유 중인 의약품 판권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약개발 기업인 신라젠과 의약품 제조·생산·유통 기업인 명문제약이 향후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우석민 회장은 제약업계 2세 오너경영인으로서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우석민 회장은 과거 반도제약을 이끈 고(故) 우동일 회장의 외아들이다. 반도제약이 부도를 맞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명문제약을 통해 부친의 뒤를 잇는 제약업계 2세 오너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2대에 걸쳐 지켜온 제약사 오너경영인 타이틀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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