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KT에게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우수한 실적 기록과 종합ICT기업으로의 발돋움을 성공적으로 해낸 해이면서 동시에 각종 사건·사고가 터진 해였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KT,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흔히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동통신3사 모두 그렇겠지만 아마 KT에겐 올해가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우수한 실적 기록과 종합ICT기업으로의 발돋움을 성공적으로 해낸 해이면서도 동시에 각종 사건·사고가 터진 해이기 때문이다.

◇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부터 통신마비까지”… 서비스 문제 홍역  

사실 올해는 KT에게 있어 부실한 관리 및 서비스 품질 문제로 홍역을 치른, 뼈아픈 해였다.

대표적인 사건은 ‘10Gbps급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었다. 지난 4월 17일 유명 IT유튜버 ‘잇섭’은 “KT가 10Gbps의 인터넷치고는 지나치게 느린 것 같다. 속도 테스트를 직행한 결과 실제 속도가 100Mbps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KT 측은 “우리는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와 관련해 KT를 포함한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10Gbps급 인터넷 전체 가입자 및 Gbps 상품 가입자 일부를 대상으로 서비스 실태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 해당 문제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 10Gbps급 인터넷의 품질 저하 문제는 KT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속도 미측정 및 최저보장속도 미달 개통처리’ 및 ‘10Gbps 인터넷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해 각각 1억9,200만원, 3억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Gbps급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받은지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전국에서 KT 네트워크 마비 사태가 발생한 것.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 20분경부터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통신 장애는 전국에서 약 1시간여 동안 지속됐다.

KT와 과기정통부 측 조사 결과, 전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네트워크 장애의 원인은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관리자 없이 네트워크 경로를 설정(라우팅 과정)하는 도중 명령어를 누락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KT에게 있어서 서비스 품질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해였다. 10Gbps급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과 전국 통신망 마비 사태 등 굵직한 사건·사고가 터졌다./ 사진=박설민 기자, 뉴시스

◇ 직장 내 괴롭힘·횡령 등 도덕성 문제도 ‘도마 위’

통신서비스 관련 문제 정도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KT는 올해 ‘도덕성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근로자 한 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KT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경우 지난 9월 15일 KT 모 지사에 근무하던 A씨가 모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KT새노동조합(이하 KT새노조)과 A씨의 유족들은 A씨가 평소 팀장과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인격모독 및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아들은 9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아버지께서 작성하신 유서 내용과, 평소 이야기에서도 항상 특정 인물만을 지목하고 있었다”며 “올해 6월경 새로 팀장이 부임했는데 아버지께 인격 모독성 발언과 직원들에게 오래 전 일을 들추며 뒷담화를 하는 등 주변 직원들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는 물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고용노동청에도 조사를 의뢰했고 사실관계 규명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임원급에서 횡령 의혹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4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와 형사14부가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KT 대관담당 임원 4명과 KT 법인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구현모 KT 대표 및 임원 10명도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횡령 혐의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 약식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KT 임원들이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5년 11월, 2017년 9월 등 기간에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 하는 ‘상품권 할인’을 통해 11억5,100만원 상당의 부외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이들은 국회의원 99명에게 1인당 100~300만원씩 총 4억3,800만원의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해당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는 KT 전·현직 임원들은 지난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변호인들은 구현모 KT 대표 등에 대해선 검찰의 처분 내용 및 일부 혐의에 대한 불기소 이유서 등을 제출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원 한 명이 사망한 사건부터 KT 전·현직 임원급 횡령 사건 등 도덕성 문제 역시 올 한 해 KT를 괴롭힌 문제였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 악재 있었지만… ‘디지코(DIGICO)’로 변신한 KT, “내년 전망 밝다”

다만 이 같은 악재들을 제외하고 사업 부문만을 살펴본다면 올해 KT의 발걸음은 굉장히 우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KT 구현모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의지를 밝힌 것처럼 단순한 이동통신사를 넘어 종합 디지털 플랫폼인 ‘디지코(DIGICO: 디지털+텔레코의 합성어)’로 나아가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 구현모 대표는 “앞으로 KT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을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의 ‘ABC’ 기술 중심의 차별화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통해 국내 1등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KT는 올해 ‘디지코 KT’로 도약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ICT사업 부문에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KT는 ‘기업간 거래’ 사업을 뜻하는 ‘B2B’ 사업 분야에 공을 들였다. 자사의 우수한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B2B DX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한 올해 1월 인재 부문에 대한 대규모 혁신에 나섰다.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영역에서 ‘젊은 피’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 한보형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 세계적인 AI·로봇 분야의 핵심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 같은 KT의 노력은 올해 가시적인 실적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극적인 변화 없이 멈춰있기만 했다는 평을 받았던 실적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KT는 올해 3분기 매출(영업수익)은 6조2,174억원, 영업이익은 3,824억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6%늘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30%나 증가했다. 별도기준 실적으로도 매출(4조6,647억원)과 영업이익(2,591억원)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 24.3% 성장했다.

특히 KT가 올해 가장 공들인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B2B사업의 경우  3분기 수주금액이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분기 수주 규모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기업회선과 AI/DX 사업의 매출 증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도 내년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분기에 이어 올해 4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5G통신 부문 사업자 성장도 높아 주가 상승의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최민하 연구원은 11월 25일 보고서를 통해 “KT는 업종 내에서 5G 가입자 수 비중이 가장 높고 ARPU도 높아 내년에도 안정적인 본사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며 “사업 단위 성장 개편에 따른 성과 확대로 미디어/콘텐츠, 금융, 커머스, B2B 등 사업의 실적 확대가 연결 이익 증대와 기업 가치의 재평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 역시 “KT는 올해 4분기 실적 호조로 올해 주당배당금 최소 1,700원 예상된다”며 “이동전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성장 추세 감안 시 내년도 DPS(주당배당금)는 대망의 2,000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상했다.

관련기사

키워드

#KT #디지코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