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대 대선이 이틀 남은 7일, '윤석열과 박영수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해결했다'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음성파일로 인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여야는 김 씨의 육성이 박빙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장동의 ‘몸통’이라고 총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정치 공작’이라며 논란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 김만배 녹취파일, ‘부산저축은행 사건’ 무마 담아

지난 6일 ‘뉴스타파’는 김 씨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수사 직전인 지난해 9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김 씨는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에게 브로커 조우형 씨를 소개했고,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었던 윤 후보와 박 변호사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고 언급했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은 연관성이 있다. 조우형 씨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출 1,155억원을 불법 알선해주고 수수료 10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2011년 조 씨가 부산저축은행 건으로 입건됐다면 대출금 1,155억원 역시 회수됐으며, 자금이 부족한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잃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나”라고 물은 것이다. 윤 후보는 이에 “전 그 사람 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음성파일에서 김 씨는 조 씨에 대한 검찰조사에서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라며 “박모 (주임검사가 조 씨에게) 커피를 주면서 몇가지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그 사건이 없어졌어. 통했지. 그냥 봐줬지”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질문한 내용인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부산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유세를 마치고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부산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유세를 마치고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이재명 리스크’ 털어내며 윤석열 총공세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윤 후보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몸통’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송영길 대표는 7일 “드디어 일관되게 주장했던 왜 대장동의 몸통이 윤석열과 박영수(전 특검)인가가 증명되는 김만배 녹취록이 공개됐다”라고 했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의 거짓말 릴레이를 끝낼 지체·조건·성역 없는 ‘3무(無)’ 특검으로 대장동 의혹 실체를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부산을 찾은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과 박영수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해결했다. 대장동 사건의 진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며 “무려 4만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만든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피해가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는 입장을 짧게 발표했다. 다만 유세 과정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네거티브로 비칠 수 있는 공세는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과 이 후보는 그간 윤 후보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연관 관계가 있음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공개된 김 씨의 음성파일은 민주당의 근거 자료가 되는 셈이다. 앞서 대장동 의혹의 핵심 피고인인 남욱 변호사도 지난해 11월 검찰조사에서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특히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은 이 후보를 꾸준히 괴롭히는 ‘리스크’였다. 지난해 경기지사 사퇴 직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는 ‘자신이 공익 환수를 했고, 국민의힘 측이 이익을 나눠 먹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을 고리로 이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공세를 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경기 오산역 광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경기 오산역 광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생태탕’ 꺼내든 국민의힘 “허위사실 유포”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4·7 재보선 당시 ‘생태탕’을 언급하며 반격했다.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므로, 논란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에도 아무 내용도 없고 증거도 없기에 커피를 타줬다는 구체성이 있는 듯한 발언을 섞어서 던지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민주당은 매일같이 철 지난 네거티브 이슈를 끄집어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데 수준이 너무 낮아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 정도”라며 “패색이 짙어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의 음성파일이) 테이프가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원본이 아니라 끊긴 흔적이 있다”며 “조작의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우형 씨가 윤 후보를 본 적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선대본부 공보단장인 김은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씨의 지난해 11월 24일 검찰 진술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4~5월경 대검 중수부에 3번 정도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나, 박모 주임검사만 만났고 윤 후보는 만난 적 없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커피를 타 준 것은 박모 검사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민주당이 ‘윤 후보가 조 씨를 중수부 조사실로 불러 커피를 타주고 수사를 무마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허위라고 반박한 것이다. 실제로 커피를 타 준 것은 박모 검사라는 것이다. 김은혜 의원은 이 후보의 토론회 발언을 문제삼으며 “무책임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한데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윤 후보의 이름이 언급된 음성파일이 공개됐음에도, 국민의힘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윤 후보가 여론조사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윤 후보에게 ‘악재’가 불거진 만큼 야권 지지층이 역결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영세 본부장은 “이런 식의 네거티브는 결코 판세를 엎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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