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대선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뉴시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대선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북 울진에 대형 산불이 나면서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는 물론 지도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인의 공약을 ‘생활정치형’이라며 산불 공약까지 제시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화재가 발생한 후 서울·경기·강원 유세일정을 마무리하고 5일 새벽 비공개 일정으로 경북 울진 국민체육센터 1대피소와 연호문화센터 2대피소를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화재현장을 점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산불 발생 당일인 지난 4일 밤 경북 영주 선거 유세를 마친 뒤 이재민 보호소를 찾았다.

◇ 화재 대응 초대형 헬기 6대뿐

이 후보는 7일 오후 대구를 방문해 “요즘 날씨 때문에 여러 곳에서 산불이 나고 있다. 그저께인가 울진에 갔더니 정말 참혹한 상황이었다”며 “앞으로는 산불도 투자를 더해서 조기 진압해야 할 것 같다. 제가 원래 생활정치형 아니냐”고 산불 공약을 내놨다.

그는 “가서 산림청 고위직 분들 이야기 들으니까 산불 끄는 데는 소형 헬기는 대책이 안된다고 한다. 초대형 헬기가 필요한데 그게 여섯대 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곧바로 12대로 늘려서 조기진압 하겠다 그렇게 공약했다”고 전했다.

이어 “또 헬기는 야간 기동이 안 된다. 밤에 불 나면 그냥 놔두는 수밖에 없다”며 “밤에 더 불이 많이 번진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미국 영화 같은 거 보면 비행기로 불을 끄지 않냐. 비행기는 밤에도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면 비행기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6일)까지 불탄 면적이 여의도의 40배라는데 엄청난 자원 손실이다”며 “사전 진압을 위한 인원도 늘리고 장비도 늘려서 삼림을 잘 지켜야한다. 70가구가 입은 피해에 비하면 (예산을) 늘려도 될 거 같다. 제가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8일 본인의 SNS를 통해 “반복되는 대형 산불 대응력 강화하고, 소방관 근무여건 개선도 힘쓰겠다”며 △초대형 산불헬기 현재 6대에서 12대로 추가확대 도입 △동해안 벨트 소방서에 산불 전문 진화차와 무인 방수차 추가 도입 △야간 화재진압 헬기 등 특수장비 도입 △드론 산불진화대를 현재 10개팀에서 20개팀으로 확대 운영 △산림 인접 마을에 소화전시스템 설치 등 장비 확충 공약을 정리해 공개했다.

또한 산불 방지를 넘어 소방관 근무여건 개선에도 힘쓰겠다며 “119 구급대 4조 2교대 근무를 단계적 도입하여 피로도를 낮추고 적정한 휴식을 보장하겠다. 암 등 희귀질환 발병 시 소방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 소방공무원의 정신 치유, 심리적 안정을 돕는 심신수련원(힐링센터)을 건립하겠다. 현재 건립 중인 ‘국립소방병원’도 차질 없이 완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대구경북 대전환!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유세를 열고 산불 공약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대구경북 대전환!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유세를 열고 산불 공약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의 ‘생활정치형’ ‘과제중심형’ 공약 화제

이 후보의 공약은 최근 SNS에서도 타 후보의 서울 공약과 이 후보의 서울 공약 리스트를 정리한 사진이 떠돌아다니면서 화제가 됐다. 일반적인 공약과 달리 이 후보는 서울 내에서도 각 구별 공약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본인이 말한대로 ‘생활정치형’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가 대구 연설에서 “공약이 참 많은데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다. 홈페이지에 다 써놨으니 소문을 많이 내 달라”고 설명한 것과 같이 이 후보의 공약은 각 지역별, 시군별 핀셋 공약을 제시했다.

유시민 작가 역시 지난해 12월 이 후보를 대표하는 3가지 키워드에 대해 “생존자, 발전도상인, 과제중심형”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과제중심형에 대해 “(정책을 실현할 때) 일반원칙 가치에서 출발해서 총론에서 각론으로 내려가는 방식이 아니고 그냥 각론을 바로 들고나온다”며 “성남시장 시절에도 보면 돈 없어서 교복 때문에 고민하는 애들은 시에서 교복을 지급해야 해 라든가 어린이집에는 로컬푸드로 신선한 과일을 넣어줘야 해 라든가 청년들한테는 돈을 줘서 뭔가 하게 해야 해 라든가 과제 중심”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어 “곧바로 현안 되는 과제들을 바로 들고나와서 자기 나름의 해법을 밀고 나간다”며 “이게 과제 중심형 또는 귀납적 사고방식이다. 이게 예전의 민주당 계열 정치지도자들과 철학적으로 굉장히 다른 점이다. 구체적 과제에 천착하면서 그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모으고, 그리고 법적으로 가능한 건지 그다음에 철학적으로 정당한 건지 이런 것들을 따져 본 다음에 법적으로 가능하고 철학적으로 정당해 필요해 그러면 그걸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이 후보의 ‘생활정치형’ ‘과제중심형’ 면모가 대선 앞 큰 재난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산림당국에 따르면 8일 오전 기준 울진·삼척 산불영향구역은 1만7685㏊로 집계됐으며, 현재까지 주택 272채를 비롯한 시설물 410곳에 피해가 났다. 오후에는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일부까지 번진 것으로 확인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 일대에 이어 강원도 강릉시와 동해시까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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