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움직임이 진행되면서 법조계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검찰의 대응은 하루하루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다.

◇ 검찰 총장 사퇴… 전국 고검장 소집

지난 17일 김오수 검찰총장은 사의표명까지 하며 저지에 나섰고, 전국 고검장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8층에서 긴급회의를 가지고 김 총장의 사퇴와 검수완박 법안 발의에 따른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기자들과 만난 고검장들은 저마다 민주당을 향해 작심발언을 했고, 고검장들의 일괄사퇴 전망까지 나왔다.

회의에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등 전원이 참석했고, 회의는 6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다만, 급작스럽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이 성사돼 김 총장이 복귀하자 고검장들은 “국회 제출된 법안에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어 심각한 혼란과 국민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총장에게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고, 향후 국회에 출석해 검찰의견을 적극 개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김 총장은 “공직자는 임명권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로서는 필사즉생의 마음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구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퇴 의사는 철회하지만 다시 법안 저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만류로 김 총장이 사의를 거둬들이면서, 고검장들의 일괄사의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 사직 사태와 전국 고검장 긴급회의를 필두로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전국 평검사 회의와 부장 검사 회의도 예정됐다.

◇ 19년만에 전국 평검사 회의 소집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일선 검찰청 평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 평검사 회의를 열고 검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국 18개 지검과 42개 지청 검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 평검사 회의는 19년 만이다.

이번 회의엔 150~200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참석기준은 있지만, 참석의사가 있는 평검사는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회의에서는 검사들의 거취 문제나 집단행동 등 조직적 대응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일에는 전국 검찰청 소속 300여명의 부장검사를 대표하는 전국 부장검사회의가 서울중앙지검에서 개최된다. 전국 일선청 선임부장 등 각급 청 대표 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부장검사들은 회의 일정을 알리는 자료를 통해 “검찰 업무 실무 책임자로서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안건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회의 소집 이유를 밝혔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18일 검찰 내부망에 ‘대통령, 국회의장께 보낼 호소문 작성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구성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호소문은 법안 거부권을 지닌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 전달될 방침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 평검사회의가 예정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 평검사회의가 예정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 대법과 변협도 나서

검찰뿐 아니라 법조계 전체가 입법 저지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낸 27쪽 분량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의견’에서 “분리된 수사권과 기소권 사이에 적절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는 것인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10명 또한 19일 성명서를 내고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검찰이 재판 전에 범죄의 실체를 밝혀내는 기능을 하며 범죄의 실체를 밝히려면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검사의 직접 수사 기능을 인정하므로 검수완박 법안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1일에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공동으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의 참여도 요청했다. 좌우를 가리지 말고 법조계의 일에 팔을 걷어붙이자는 것이다.

법조계의 반발이 격화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검찰개혁 그 자체를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검경수사권 분리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분명히 가야 할 길이고, 힘 있게 추진해야 하는 것도 맞다”며 “속도를 중요시하다가 방향을 잃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언급했다.

채이배 비대위원도 본인의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과 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실제 1차 검찰개혁 후 국민들의 불편함과 억울함이 늘었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보다 완결성 높은 검찰개혁 법안으로 반드시 다듬어져야 한다”고 성급한 개혁에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굳이 상황을 나쁘게 몰아갈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새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 선회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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