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하리수씨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연예인 하리수씨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국회에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추가됐다. 지난 15년 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두 무위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 박지현 “문자폭탄 고통, 차별 고통보다 심하겠나”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가장 먼저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했다.

그는 “필리버스터 전쟁 중에 뭔 차별금지법이냐고 하실지 걱정이다”면서도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고, 차별받은 이들의 생존이 걸린 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 단식농성 중인 두 활동가가 위험하다.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여성, 장애인, 아동의 생존도 위태롭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고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이 있어온 데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늘 말씀들 하신다. 물론 필요하지만 이미 이뤄졌다”며 “지난해 11월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국민 71.2%가 이 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윤호중 위원장을 향해 직접적으로 “3월에 제게 공동비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하시면서 했던 말씀 기억나실 거다. 같이 공동비대위원장 해서 차금법 통과시키자고 하셨다”며 “제가 그때 그 말씀 듣고, 그거 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 같이 하자고 하셨으니, 이제 약속을 같이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의원들은 문자폭탄에 시달리지만, 평생을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분들의 고통보다 심하겠냐”고 강조했다.

◇ 사회 각계서 국회로 모여 법 제정 촉구

같은 날 오전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촉구 보건의료인 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있었고,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 19일차엔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가 참석하기도 했다.

전날에는 국회의사당 도서관 강당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사회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을 선포하고 오전 10시부터 1시간 가량 시국회의를, 이후 오전 11시부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방송인 하리수씨도 참석해 “제가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당했던 차별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많은 일들을 겪어오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강해지고 내가 잘함으로써 모든 것을 바꿔나가야겠다’라는 것이었다. 여러분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 소중한 것, 같이 지켜나가야 되지 않겠나,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에) 저도 함께 하겠다”고 독려했다.

홍인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도 “목사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정치권을 향하여 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한다”며 “종교계 목사님들의 거센 반대로 차별금지법 만들기에 주저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목사로서, 평생 기독교인으로 교회에서 삶을 산 사람으로서 정말 확실하게 말한다”고 호소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민주당의 적극적 노력 미지수

이들이 지금 나선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선 많은 의견이 있지만 공론화된 적이 없다”며 “이제는 공청회를 통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갈등에 대해 서로 얘기를 듣고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에는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과거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구체적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던 선례가 있다.

지난해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국민동의 청원 10만명을 넘겨 법사위에 자동회부 된 뒤에도 국민의힘의 반대를 들어 10개월 동안 공청회 개최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권인숙 의원조차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5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면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일인 5월 10일 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제 공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속도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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