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조기 전대론에 선을 그었다.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에 비해 당세가 약한 안 의원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조기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두 당권 주자의 생각이 갈렸다. 김기현 의원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내는 반면, 안철수 의원은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당내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입장이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차기 당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21일 당내에서 고개를 든 조기 전대론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대로 현 당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권 직무대행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조기 전대론에 대해 불가 방침을 내세운 것은 이른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대변되는 민생‧경제 위기 상황에서 집권당이 정부와 힘을 합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는 “하루빨리 대한민국의 복합위기를 극복할 최고사령탑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뭉쳐야 할 때”라며 이러한 생각을 드러냈다.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상황에서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능하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앞서 이준석 대표의 징계 후 당 기조국의 해석을 재확인한 셈이다. 또한 이러한 조기 전당대회는 오히려 당내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우려한 부분이다. 안 의원은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상황에서 조기 전대론은 주장하더라도 당장 실현될 수 없다”며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 ′조기 전대′ 선 그은 안철수… 당세 확장 목적?

이러한 안 의원의 조기 전대 ‘불가론’이 주목을 받는 데는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이 최근 직무대행 체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1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임시체제로 가는 것이 과연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위기감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헌‧당규상으로는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이 맞지만, 지지율 하락 등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당헌‧당규에만 부합하면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것이고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인가″라며 ″그것이 과연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으로 차기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도체제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최근 지지율 하락 국면 등 정부‧여당의 총체적 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다. 임기 초부터 집권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반등 국면도 요원하다는 불안감이 국민의힘 내부에 팽배하다. 지도체제에 대한 입장 역시 이러한 위기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표면적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차기 당권 주자인 이들이 서로 엇갈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당내 입지가 있는 김 의원과는 달리 ‘합당’으로 합류한 안 의원의 경우 당내 입지가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안 의원으로선 이같은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당권 주자들 간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잡음이 증폭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당의 위기가 지속될 경우 결과적으로 현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불만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당내에선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비대위 체제’를 주장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집권당이 정부를 도와서 대통령을 뒷받침해서 해결하는 데는 별 역할을 못 보여주고 당내 주도권 싸움, 헤게모니 싸움, 당권 경쟁에 벌써부터 쏠려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하고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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