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활동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활동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28일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지도부가 선출되면 우 위원장의 80일 간의 짧은 비상대책위원장 임기는 끝난다.

민주당 지도부가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는 장면은 오랜만이다. 지난 2021년 4월에는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이후 선출된 송영길 지도부 또한 2022년 제20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윤호중 비대위가 꾸려졌다. 윤호중 비대위 역시 지난 8월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났다.

당 내에서는 우상호 비대위가 두 달 조금 넘는 시간, 당 내홍과 정부여당의 공세를 무사히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혼돈의 시기에 더 강한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우상호 비대위에 기대했던 부드러운 리더십이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 마지막 회의에서 “라퐁텐의 우화 ‘떡갈나무와 갈대’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굵고 단단한 떡갈나무는 거센 폭풍이 휘몰아치면 밑동이 부러지며 가지들이 떨어지지만, 갈대는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며 “우상호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여러분의 유연한 리더십으로 우리 당은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유능제강(柔能制剛), 유연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처럼 비대위가 마련한 토대 위에 민주당은 원칙적인 유연함으로 민생과 정치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 당 내홍 수습 및 새 정부 견제

우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처음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 당 상황을 다시 회상해보면 정말 암담했다”며 “많은 의원들이 선거에 지고 나서 많이 힘들어하시고,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시는 분들에 대해서 증오에 가까운 언사들을 공개적으로 하실 때도 참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후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나뉘어 갈등이 극에 달했다. 우 비대위원장도 지난 6월 비대위원장이 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은 계파색이 가장 옅고, 다양한 계파와 충분히 대화가 될 사람이란 점이 주요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부드러운 리더십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우 위원장이지만 취임 직후 “‘수박(겉은 파랗고 속은 빨간,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두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또한 강성당원들로부터 의원들이 ‘문자폭탄’에 노출되자 당내 악성문자 방지센터를 설립하는 등 당 내홍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가차 없이 도려냈다.

또한 비대위는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또 ‘민주주의 후퇴에 맞서는 강력하고 선명한 야당’으로 여당과의 투쟁 구도를 만들면서 의원들이 내부 다툼보다는 민생과 외부의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선을 돌렸다.

우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궤를 같이한다. 서해 공무원 사건 등으로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가 올라가자 비대위는 곧장 서해 공무원 사건 태스크포스(TF)·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등을 만들어 적극 대응했다.

또한 감사원이 국민권익위, 통계청 감사에 이어 하반기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백신 수급에 대한 감사를 예고하자 우 비대위원장은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26일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협박’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26일 국회에서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난이, 한정애 비대위원, 우 비대위원장, 박 원내대표, 박재호, 이용우, 김현정 비대위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26일 국회에서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난이, 한정애 비대위원, 우 비대위원장, 박 원내대표, 박재호, 이용우, 김현정 비대위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전당대회 앞두고 당헌 개정

아울러 비대위는 ‘기소 시 당직 정지’ 조항이 있는 당헌 80조를 개정했다. 당초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건의한 개정안은 당헌 80조 1항의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을 ‘기소’에서 ‘금고형 이상의 하급심 유죄 판결’로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개정안이 ‘이재명 방탄용 개정’ 의혹을 받으면서 의원들의 반발을 사자 우상호 비대위는 1항을 기존안으로 유지한 채 3항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돼 직무가 정지된 당직자를 구제하는 기관을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바꿨다. ‘보복 수사’등으로 기소 된 의원을 정무적 판단으로 빠르게 구제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 중앙위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우 비대위원장은 임기 말에 가장 큰 논란이 된 해당 사건에 대해 “2~3번의 당헌·당규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절충안을 통해서 의견이 다르신 분들의 견해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며 “마지막에 당헌이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돼서 원만하게 정리를 하지 못했던 문제는 있지만 나름대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수습이 잘 진행된 것으로 그렇게 평가받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억울한 것이 비대위가 특정인의 사당화를 도우려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그럴 이유가 없고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이 논쟁하는 것은 좋으나 엉뚱하게 비대위를 공격하는 것은 서운하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4선 중진으로 이번 비대위원장을 맡은 우 비대위원장은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은퇴를 앞두고 있다. '자리욕심이 없다'고 공언한 우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지금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계획은 좀 쉬겠다는 것이다. 남은 2년간의 국회의원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소속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남북관계 등 견해를 국정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신현영 대변인이 “당 내에서는 우상호 위원장이 언제라도 다시 소환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우 위원장은 “제가 다시 소환된다는 것은 당이 다시 위기가 온다는 것인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웃으며 마무리 했다.

전당대회 룰 등을 놓고 우 비대위원장 체제에도 잡음은 있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6월 10일 우 비대위원장이 취임하던 시기 리얼미터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국민의힘 49.8%, 민주당 38.2%로 국민의힘이 11.6%포인트 앞섰다. 우 위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실시된 한국갤럽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36%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35%로 나타났다.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0.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우 비대위원장은 “결과들이 나오는 거 보면 국민이 제1야당 민주당의 존재를 인정해주시고 필요하다 판단해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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