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송파=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전국대의원대회가 2018년 이후 4년 만에 현장에서 열렸다. 전당대회 시작은 28일 오후 1시였지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은 오랜만에 모인 당원들의 응원 열기로 일찍부터 달아올랐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정책으로 2020년에는 당사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올해도 재확산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대면방식으로 진행은 하되 3,000명 규모로 축소해 개최됐다.

전당대회장 앞에 모인 당원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후보의 이름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북소리에 맞춰 이름을 연호하는 등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재명 후보의 ‘개딸(개혁의 딸)’들은 귀여운 머리띠를 쓰고 홀로그램 슬로건을 든 2030들이라 특히 눈에 띄었다.

3,000여명 규모로 진행된 전당대회인만큼 체조경기장 내부는 한산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시작되고 후보자들이 입장하는 순간에는 내부가 환호성과 후보들의 이름으로 꽉 찼다. 또한 내빈 소개에서 송영길 전 당대표, 추미애 전 당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소개 때도 박수가 쏟아졌다.

당 대표 후보자들의 정견발표가 시작되고, 이재명 후보가 단상에 올랐을 때는 가장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양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환호를 한몸에 받으며 인사하는 이 후보의 모습은 대선 후보 시절을 연상케 했다. 이 후보의 연설 중간중간 지지자들은 크게 박수를 치거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보냈고,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모습에는 “아니다”고 부정하기도 했다.

박용진 후보를 응원하는 목소리 또한 이 후보에 뒤지지 않았다. 연설 중에 터지는 박수는 적었지만, 연설 전후에 쏟아지는 환호는 상당했다. 특히 박 후보가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사당이다” “국민의힘은 윤핵관이 이끄는 반민주정당이다”라고 질타할 때는 큰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정견발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이 대세인만큼 친명계 의원들을 향한 환호가 컸다. 장경태, 박찬대, 고민정, 고영인, 송갑석, 정청래, 서영교 7명의 정견 발표가 끝난 후 3시간 남짓의 투표 및 개표시간에 당원들은 체조경기장 앞에서 평소 응원하던 의원들의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과 한준호 의원 앞에는 사인을 받기 위해 ‘개딸’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한쪽에서 춤을 추며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인형탈을 쓴 지지자들이 대선 후보시절 선거곡으로 썼던 음악을 튼 채 당시 율동을 하고 응원전을 하는 모습에선 그들의 열정을 짐작하게 했다.

이렇게 응원전을 펼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나누면서 대화를 나누는 당원들의 모습은 긴 시간 투표소에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 가능한 풍경이었다. 이날 전당대회는 대면으로 진행됐지만, 투표는 ARS로 이뤄졌다. 한 대의원은 “코로나가 끝나도 투표는 ARS로 쭉 진행하면 좋겠다. 2시간씩 투표소에 줄 서던 때는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원들을 향해 큰절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원들을 향해 큰절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오후 6시, 개표 종료가 선언됐다. 도종환 선거관리위원장은 침착하게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결과를 발표했지만 발표를 지켜보는 당원들은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다. 사실상 당 대표 선거는 대의원 투표에서 박용진 후보가 몰표를 받지 않는 한 이변이 없었기 때문에 최고위원 선거 결과가 더 주목받았다.

기호 순으로 가장 마지막인 송갑석 후보의 득표율이 발표된 직후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지지자라고 밝힌 한 대의원은 당시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고위원에 친명이 3명이냐 4명이냐는 게 이번 전당대회의 주요 쟁점이었다. 4명인 게 선언되는 순간 아직 당 대표 발표가 남았다는 것도 잊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자로서 단상에 오르자 지지자들은 연신 이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무대 앞으로 몰려왔다. 각종 분장을 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대에 오른 이 후보가 엄지를 든 양손을 번쩍 드는 모습은 지난 대통령 선거 전날 청계천 광장의 마지막 연설을 떠올리게 했다.

이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과 당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라는 명령으로 생각한다. 절망에 빠진 국민을 구하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라는 지상명령이라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이 지엄한 명령을 엄숙히 받들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미래 정당, 유능하고 강한 정당,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다”고 인사했다.

이어 “국민의 삶이 반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정부여당에 협력하겠다.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른길을 간다면 정부여당의 성공을 두 팔 걷고 돕겠다”면서도 “그러나 민생과 경제,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를 되돌리는 퇴행과 독주에는 결연히 맞서겠다”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경고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견제와 협력, 실용적 민생 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국민의 절망과 분노가 정부여당을 넘어 우리 민주당으로 향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부여된 이 막중한 책임을 분명하게 이행하겠다”고 제1야당 대표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오늘 우리는 정권 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통합과 단결을 선택했다. 위기 극복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유능한 민주당을 선택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책임질 강력한 리더십을 선택했다”며 “2년 뒤 총선에서, 4년 뒤 지선에서, 5년 후 대선에서, 오늘 전당대회는 승리의 진군을 시작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력한 리더십을 예고했다.

수락 연설을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후보 지지자들의 열정은 남달랐다. 기자의 비판적인 질문에 이 후보 대신 답을 하는가 하면, 이 후보의 답변에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제4차 전국대의원회의에서 이낙연 전 당 대표가 60.77%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을 때도 상당히 높은 지지율로 평가받았으나, 이재명 대표는 77.77%라는 기록적인 지지율으로 당선됐고, 최고위원도 4명을 ‘이재명계’로 채운 만큼 지지자들의 기대도 상당했다. 지지자들은 전당대회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늦은 시간까지 당선된 후보들의 퇴근길을 배웅하는 등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퇴근길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의원들이 돌아가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나서야 전당대회는 비로소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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