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지속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정부∙여당과의 협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거듭된 회담 제안에 대통령실 또한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실제 회담이 빠르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축하난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의 제안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즉석 전화연결이 이뤄지기도 했다. 약 3분간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고, 양측은 민생입법과 관련해서 서로 협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영수회담에는 다소 이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가능한 한 빨리,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면 좋겠다. 그래서 최대한 협력하는 모습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윤 대통령은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 대표님들과 좋은 자리 만들어 모시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지도부 회동을 언급하면서 단독만남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 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난 이 정무수석 또한 “대통령께서는 ‘내가 총재가 아니니까 영수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하셨다”며 “당 대표들과의 만남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대일 만남을 우회적으로 거절한 셈이다.

이 대표의 회담 제안은 제5차 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처음 나왔다. 그는 지난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국민의 삶이 단 반 발짝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나서 정부여당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다음 날인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민생·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의 불안과 대결의 기운을 완화하고 평화 유지를 위해서라도 여야가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번 영수회담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거듭된 제안에 대통령실에서는 “그동안 여야 지도부 면담과 관련해선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던 시대의 단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우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협력을 요청하고 기대하는 카운터파트너”라며 “정무수석이 충분히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날짜는 중요치 않다”고 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30일 비공개 전화통화에서는 이를 의식한 듯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대표는 3일에 걸쳐 3번의 만남 제안을 이어갔다. 박성준 대변인은 “회담하자는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했고, 대통령께서도 이를 알고 계신다. 통화도 했다.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가 대통령실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여당 내홍으로 시기 불확실

하지만 빠른 만남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와 만나기 위해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홍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완료한만큼 새로운 비대위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준석 전 재표는 추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새로운 비대위 출범에 반대하는 의원들, 권성동 원내대표의 퇴진 요구를 하는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내홍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여∙야∙정 지도부 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단독회담 또한 대통령실 내부 ‘물갈이’가 본격화되면서 인적개편이 끝나야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무수석실에는 지난 주말 1∙2 비서관이 모두 사의를 표명했고, 정무수석실에서 일하던 정치권 출신 행정관 다수가 대통령실을 떠나거나 다른 수석실로 이동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을 제외한 정무 라인이 대대적으로 개편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정부∙여당의 내홍 때문에 여야 지도부 면담은 추석이 지나야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에서도 인적 개편에 따른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추석 전에 대부분 인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 출범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해당 문제들이 마무리 되면 자연스럽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그리고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회동을 갖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특히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제가 비대위원장이 된 이후, 제1야당 당대표가 들어섰는데 대통령은커녕 윤핵관들 전화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이준석 전 대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어떤 분의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 협력 전화는커녕 축하 전화도 받은 적 없다”며 “이진복 (정무)수석도 안 찾아오냐고 공개 발언을 두 번 하니까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당장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만나는 그림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께서 계속 제안을 하는 만큼 추석 전후로 만남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실과 여당의 빠른 수습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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