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을 비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비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1일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해 “비정한 예산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가 지난 28일 당 대표로 당선된 후 처음으로 정부를 향해 낸 쓴소리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까지의 정책 기조를 보면 지금 민생이 어려운데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비정하다는 느낌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구임대주택 관련 예산에 대해 “지하방에서 주거 문제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참으로 말씀드리기도 불편한 일을 겪으신 것을 얼마 전에 봤다”며 “서민들의 주거를 해결하기 위한 영구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5조 6,000억 원이나 삭감했다는 안을 보고 참으로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거난을 겪는 안타까운 서민들에 대해서 예산을 늘려가지는 못할 망정, 상상하지 못할 규모로 삭감한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지역화폐 지원 예산과 일자리 예산도 언급하며 “자영업자, 골목상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또 서민들의 고물가에 의한 고통을 줄여주는데 정말 큰 효과가 있는 지역화폐 지원예산도 완전히 삭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정말 놀랍다. 요즘 소득부족, 물가상승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은데 청년과 노인들의 일자리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정말로 이것이 국민을 위한 예산인지, 고통받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지고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책임져야 하는 공당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예산 심사에 임하고 입법에 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30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조522억원이던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6,050억원으로 줄인 데 이어 내년에는 한 푼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건설형 공공임대인 영구∙국민∙행복주택 출자 예산은 전년대비 각각 41.4%(1,267억원), 35.6%(1,209억원), 37.5%(4,107억원) 감소했다. 전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다가구매입임대 예산도 9조1,560억원에서 6억763억원으로 33.6%(3조797억원) 줄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예산의 경우 올해 5조4,000억원에서 내년 4조3,000억원으로 삭감됐다.

민주당은 윤 정부의 민생 관련 예산 감축의 원인을 부자 감세에서 찾았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긴축을 강조했지만, 그 대가는 서민들이 치르게 됐다”며 “예산 지출은 많아지는데 부자감세로 정작 돈이 들어올 곳은 없기 때문이다. 국정과제 관련 예산 지출의 증가는 서민예산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5년간 60조원 규모의 감세까지 더해져 민생 중심의 예산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약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민생 예산은 줄줄이 삭감하고, 부자감세도 부족해 대기업 지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을 언급하며 질타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6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물건을 구매하며 “자영업자가 경제의 허리가 되도록, 여러분의 삶을 단단하게 챙기겠다”고 말 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박 대변인은 “중산층과 서민의 소비 여력을 늘리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지역화폐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며 “예산 삭감을 모르고 한 말이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기만이냐”고 꼬집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침수피해 사망사고 현장을 직접 찾았던 것을 언급하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관련 예산은 전체의 4분의 1이 삭감됐다.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비극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질타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예산안과 관련해 뼈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예산안과 관련해 뼈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대선후보가 되기 전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복지정책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최근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과는 대척점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취임 후 첫 여당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날을 세웠다. 오히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정도로 하라”고 할 때도 지역화폐 예산삭감을 물고 늘어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31일 경기도청에서 주재한 도정 열린회의(확대간부회의)에서 “지역화폐를 우리(경기도)가 가장 많이 발행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에서 국비 전액을 삭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혹시라도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매출 증진에 기여해왔고, 전통시장 상인분들을 만날 때마다 긍정적 반응과 확대 건의를 들었는데, 국비를 전액 삭감했다는 건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매출 하락과 민생 어려움이 가중시킬 게 분명하다”며 “예산 과목조차 없앴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과목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예산 심사에서 삭감된 민생예산을 방어할 예정이다. 31일 오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가진 민주당은 정기국회 운영방안과 주요 입법과제 외에 ‘2023 예산안 심사 방향’을 두고 대응 전략을 구상했다. 또한 상임위원회 별로 예산안 심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민주당의 공세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복지지출이나 임대주택 사업 예산 지출에 인색하다는 지적에 대해 사회복지지출이 내년에 5.6% 증가한다고 반박했다.

기재부 황순관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5조원 이상 줄었다는 지적에 대해 “한시사업 종료와 영구·국민·행복주택 등 건설형 임대주택 물량의 자연적 감소가 주 원인이지 감액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동일 경제예산심의관은 “정부 정책이 임대주택 보급 일변도 정책에서 임대와 분양 확충의 혼합으로 전환된 점이 반영된 것”이라며 정책이 임대 중심에서 분양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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